[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11>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는 16일 동아일보, 채널A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울산의 석유화학단지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노동계와의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그는 석유화학단지와 원전의 안전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고 노동계와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새누리당에는 청와대에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견제와 균형’을 이루라고 주문했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와의 공동 인터뷰는 16일 동아미디어센터 20층 접견실에서 이뤄졌으며 이기홍 채널A 부본부장과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표차로 이겼으니 쉽게 선거를 치렀다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울산은 과거부터 투표의 40%는 늘 야권이 차지했던, 야권 세력이 강한 곳이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기초단체장 5곳 가운데 2곳은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럼에도 역대 울산시장 최고 득표율로 당선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는 여당, 야당 어느 쪽의 승리로도 보기 어렵다. 평론가들은 ‘어정쩡한 결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는데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라. 개표 막판에 여당 후보들이 선전했지만 국민들이 황금분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야가 지혜를 모으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당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앞으로 울산을 변모시킬 계획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창조도시, 품격 있는 따뜻한 도시로 만들겠다. 울산은 4000년 전 고래 포경을 했고 신라시대 제철을 했던 기록도 남아있다. 근대에는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로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최근 이 3대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업그레이드하고 제4섹터 산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울산을 동북아 석유거래 중심지로 만들어 해운 무역 금융이 모두 울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할 것이다. 또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존 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영역을 창조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 울산은 그간 안전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안전 사각지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울산에 유해 화학물질이 많다. 사고가 나면 일반 산재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다. 석유화학은 폭발성도 높아 생명과 직결된다. 지난 50년간 시설이 노후했고 어디에 무엇이 매설됐는지 정확한 지도도 없다. 이를 재정비하기 위해 국비로 조사를 진행 중인데 재난 대처와 사고 대처를 어떻게 할지 연구용역을 새로 발주할 계획이다. 또 생활 속의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교과과정으로 필수화하도록 교육청과 협조할 계획이다.”
“울산은 남쪽으로 고리 원전이, 북쪽에는 월성 원전이 있다. 남북 모두에 원전이 있어 어느 지역보다 원전 안전이 중요한 화두다. 시내와 거리도 멀지 않다. 고리 1호기 문제도 좀 더 엄격하게 ‘완전히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 지지세가 울산만큼 강한 곳이 드물다. 60% 이상 시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반대편에 섰던 노동계도 안고 가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울산은 민주노총의 탄생지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민주노총의 본산이고 지금도 선도 역할을 하고 있다. 강력한 노동세력이 자리한 도시다. 그간 울산시의 행정이 노동계에 대해서는 벽을 쌓아왔다. 유명무실해진 노사정 협의를 다시 가동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이미 지시했다. 대화 채널이 있어야 메시지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다.”
―울산시 산하 공기업이 6개다. 이곳 대표 임명에도 어떤 인사기준을 세울지 관심이다.
“공기업은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곳과 관리를 해야 할 곳으로 나뉜다. 각 기관의 성격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 관료 출신을 무조건 배제할 일도 아니다. 관료 출신도 시의 자산이니까 잘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 퇴직 프로그램으로 무사안일 시간 때우기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공무원 출신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 성격에 맞게 임명하고 사후 검정을 철저하게 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임기 중간에라도 경고를 줘야 한다.
―관피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관피아라는 용어가 분명하지 않은데(웃음). 관료 출신은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관료가 민폐를 끼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본인의 꿈은 대통령이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한가.
“정치하는 사람에게 꿈이 없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니까 (삶의) 의미가 없다. 나도 더 큰 꿈이 있고 그걸 위해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울산시민이 행복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때다. 울산시민과 국민들이 나중에 ‘울산시가 더 좋아졌네’라며 더 큰 역할을 맡겨주신다면 그때 다른 책무도 맡겠다.”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왼쪽)가 16일 서울 동아미디어센터 20층 접견실에서 채널A 이기홍 부본부장(가운데), 동아일보 정연욱 정치부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2년 만의 새 시장, 취임식 없애
김기현 당선자는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변호사를 지낸 법조인이었다가 2004년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그해 17대 총선에서 울산 남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되면서 사법-입법-행정 3부(府)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그는 정치인의 꿈도 강조했다.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김 당선자는 한나라당 대변인과 원내 수석부대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선거에서 김 당선자의 득표율(65.4%)은 역대 최고였다. 노동계의 목소리가 강한 울산이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울산으로서는 3연임을 한 박맹우 전 시장에 이어 12년 만의 새 시장이기도 하다.
김 당선자도 역시 이 같은 기대에 호응하기 위해 당선 이후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시청 업무보고를 끝장 토론형으로 진행하는 한편 7월 1일 시장 취임식도 없앴다. 그 대신 울산시노인복지회관 경로식당에서 급식을 한 뒤 오후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청을 받은 200여 명의 시민과 만남의 장을 갖기로 했다. 저녁에는 시청 노조 임원진이 참석하는 만찬 행사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울산시립도서관과 농수산물도매시장, 문수축구경기장 유스호스텔 건립 등 해묵은 숙제들이 취임 초부터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당선자는 “이미 예산이 투입된 사업도 있고 용지를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아직 진행되지 않은 사업은 투명한 과정과 토론으로 모두 결론에 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