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착한 병원]
일본 아리요시 병원 재난 대책의 핵심은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대로’처럼 항시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아리요시 병원 의료진이 야간 화재에 대비한 훈련에서 환자를 대피시키고 있다. 이손요양병원 제공
12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미야와카(宮若) 시 아리요시 병원 B동 2층. “따르릉”거리는 화재 경보가 요란스럽게 울리자마자 병원 직원 2명이 소화기를 들고 방화 지점으로 돌진해 소화기를 당겼다. 복도 중앙의 약 1m 직경의 연기 배출구가 공중을 향해 활짝 열리자 2인 1조의 5개 구조팀이 곧장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환자 10명을 방화문 밖으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6분. 훈련을 참관한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은 “훈련이 실전보다 더 생생하다는 착각이 든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노인 문제에서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평균 수명 83.18세)의 고령화 전철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일본 요양병원의 안전 관리는 우리보다 얼마나 더 나을까?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5월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의 재발을 막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기자는 본보 선정 두 번째 ‘착한병원’ 이손요양병원 의료진 10명과 일본 규슈(九州)의 아리요시 병원을 방문했다.
아리요시 미치야스(有吉通泰·68) 원장은 장성 화재사고를 두고 “희생을 안타까움으로 묻는 게 아니라 안전불감증을 벗어던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화재사고는 늘 일어난다. 지난해 후쿠오카의 한 병원에서는 화재로 환자 10명이 사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병원 안전 재점검에 들어갔으며 스프링클러 설치비를 m²당 1만7000엔(약 17만 원)씩 병원에 지원했다.
연 2회씩 실시하는 소방훈련 역시 재난대책의 핵심이다. 이날 훈련에는 참가 직원 10명 중 1명이 훈련에 몰두하다 허리부상을 입을 정도로 실제처럼 진행됐다. 간호사 시마다 가즈코(嶋田和子) 씨는 “주 1회씩 직원들끼리 모여 화재설비의 위치와 사용법에 대해 공부한다”며 “스스로 대비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일본 요양병원의 보다 엄격한 병원 인력기준이다. 간병인 인력기준이 아예 없는 우리에 비해, 일본은 개호사(우리의 간병인 개념) 비율을 질병 정도에 따라 위급한 환자가 머무는 의료병동(4 대 1)과 그보다는 낮은 환자가 수용된 개호병동(6 대 1)에 차등 적용해 충분한 인력을 갖췄다.
사고에 더 취약한 야간, 휴일근무 인력 기준은 더욱 엄격하다. 직종과 상관없이 환자 15명당 반드시 1명 이상의 근무 인원을 유지하도록 한 것. 인력기준을 두 차례 이상 어길 시 보험급여가 끊겨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아리요시 원장은 “야간 근무자를 고용할 때 충분한 야간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인력 수급에 큰 문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한마디▼
“국내 요양병원도 실전중심 훈련으로 바꿔야”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일본 아리요시 병원의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화재예방 훈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리요시 병원의 소방훈련 동영상만이라도 입수해서 우리나라 요양병원에 돌려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은 “형식에 그치지 않는 훈련만이 실제 사고에서 유효한 대책이라는, 당연한 사실이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를 통해 확인됐다”며 “소방당국과 협의해 매뉴얼 중심에 그치고 있는 우리 병원들의 훈련을 실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그 병원의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후쿠오카=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