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산업부
7월 1일로 발효 3년을 맞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통적으로 내린 평가다.
이들 기관은 6월 29일 약속이나 한 듯 한-EU FTA 이행 성과에 대한 자료를 냈다. 내용은 너나 할 것 없이 칭찬 일색이었다.
무협은 “FTA 수혜 품목의 대EU 수출 증가율이 중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의 수출 증가율을 상회한다”며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그동안 대EU 수출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한-EU FTA가 우리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했다. FTA를 제때 맺어 다른 나라들보다 손해를 덜 봤다는 설명이다. 역시 사실이다.
KOTRA는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 성공 사례와 유럽 내 바이어 인터뷰 내용까지 소개하면서 한몫 거들었다.
그런데 2010년 83억 달러 흑자였던 대EU 무역수지는 지난해 74억 달러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산업부는 그 원인으로 유럽 재정위기, 원-유로 환율 하락, EU로의 수입처 전환 등 3가지를 꼽았다. 대신 자동차 등 유럽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한 분석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었다.
정부가 한-EU FTA를 체결한 2010년은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시점이었다. FTA 체결로 대EU 무역흑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정부가 지금에서야 유럽 경기 하락으로 적자를 봤다고 설명하는 건 왠지 궁색하다. 전망이 허술했든지, FTA 이행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든지 둘 중 하나다.
FTA 확대는 충분히 명분 있는 정책이다. 정부가 굳이 성과 부풀리기에 매몰되지 않아도 FTA 반대 논리를 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건 객관적 평가다. 제대로 된 반성이 있어야 제대로 된 대안도 나온다.
김창덕·산업부.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