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부터 25년 동안 연기자로 살아온 김민정은 그만한 세월만큼 상처와 아픔도 많았을 게다. 이를 솔직하게 드러낸 그는 이제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사진제공|더좋은 이엔티
■ 종영 드라마 ‘갑동이’ 오마리아 역 열연 김민정
화성 연쇄살인사건 모티브로 한 드라마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 표현에 많은 고민
데뷔 후 겪은 스트레스는 등산으로 해소
연기자 김민정(32)은 여덟 살에 데뷔해 꼬박 25년 동안 연기를 해왔다. 어릴 때부터 줄곧 “잘 한다”는 칭찬만 받아왔던 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을 더 옭아매고, 채찍질하기 바빴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어느 순간 “온전한 것은 있어도 완벽한 것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그는 이번에도 한 작품을 끝내기 직전 자신에게 되물었다고 했다.
“괜찮니? 지금 심정이 어떠니?”
지난달 2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갑동이’.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에서 김민정은 연쇄살인범의 유일한 피해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오마리아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 촬영을 사흘 정도 남겨두고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후회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다.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연예인은 대중의 평가로 살아간다. ‘잘 살고 있나? 잘못한 건 없나?’ 늘 사소한 것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갑동이’에 출연하면서 김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감정 연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와 피해자, 살인범의 상처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그의 이중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가 ‘쟤 뭐야?’ 하는 순간 드라마는 산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죽지 못해 사는 여자’라고 나름대로 단정하고 이해하니 연기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더라. 덕분에 시청자 반응도 좋았다.”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큰 눈망울과 환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김민정은 극중 자신의 캐릭터처럼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상처는 또, 새 살을 돋게 한다. 돋아난 새 살은 더 넓은 시선의 토양이 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더욱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김민정에게 그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였나보다. 그 방편은 등산이다.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해소하는” 그는 산을 자주 찾는다. 설악산, 소백산, 오대산 등 오르지 않은 산이 없다. 8시간씩 산을 타고 다니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8시간씩 산에 오르면 두 번 정도 ‘멘붕’이 오는데, 그걸 극복하면 깃털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 온다. 무념무상의 순간이랄까. 대견함 혹은 성취감이 든다. 어떤 일이든 이런 각오로 도전하면 못할 게 없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