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원 재력가 살인청부 혐의… 살해 용의자 팽씨의 부인 주장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 용의자 팽모 씨(44)의 아내 A 씨는 30일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시종 입술을 벌벌 떨며 눈물을 흘렸다. A 씨는 이날 강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남편을 면회했다가 함께 수감된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유치장 창틀 너머로 팽 씨에게 쪽지를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 사람은 유치장 한 칸을 건너뛰고 수감돼 있는데, 김 의원이 중간 칸에 수감된 사람에게 쪽지 전달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쪽지는 이날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
A 씨는 “김 의원이 남편에게 1년 넘게 ‘7000만 원 빚’ ‘친구’ 등을 운운하며 벼랑 끝으로 몰았다”고 밝혔다. 지난 1년여간 수십 차례 ‘너, 나한테 진 빚 있잖아’라며 팽 씨를 압박했고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하던 그에게 ‘네 가족의 생계는 내가 책임진다’며 범행을 부추겼다는 것. “1월부터 남편은 밥도 잘 안 먹고 위장약을 달고 살면서 담배만 피웠어요. 그런 사람에게 무기까지 쥐여 줬으니….”
김 의원이 한편으론 ‘큰 사례를 하겠다’며 팽 씨를 회유한 정황도 있었다. 팽 씨의 오랜 지인은 본보 기자에게 “팽 씨가 6개월 전부터 ‘마곡지구 내 상가 세 개를 받기로 했다. 카페를 할 것’이란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이 송 사장(숨진 송모 씨)에게 민원을 들어주기로 했다는데 강서구 내 건물들 인허가를 내 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주변에 웨딩홀과 주차상가, 아파트 등을 소유한 송 씨는 평소 건물 용도 변경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 씨(43·여)는 “발산역 주변에 있는 빌딩 등 용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호텔을 지으려고 했다”고 했다. 송 씨 소유의 빌딩 중 3층짜리 빌딩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된 것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면 16층까지 건물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송 씨가 인근 마곡지구가 개발되면 발산역 주변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강서구의 한 식당에선 송 씨가 김 의원의 뺨을 때리며 큰 소리로 “빨리 인허가 안 내주고 뭐하는 거냐. 이럴 거면 내 돈 다 물어내라”며 소동을 부린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송 씨는 과거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송 씨는 2003년 화곡동의 한 주유소를 사들여 그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15층의 관광호텔을 세웠다. 해당 건물에 세입자로 있었던 백모 씨(74)는 “원래 고도제한 때문에 15층 건물이 올라갈 수 없는 지역인데 특혜를 받아 높은 건물을 지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