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12>윤장현 광주시장
윤 장현 광주시장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30여 년간 안과의사로 일했고 시민사회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낮은 자세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시민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시민은 역사의 고비 때마다 현명한 선택을 했다. 2012년 대선 이후 첫 정치적 표현을 한 게 6·4지방선거다. 시민의 뜻에 따라 생활 속의 행정,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
윤장현 광주시장(65)에게 1일은 안과의사와 시민운동가에서 벗어나 행정과 정치라는 새 영역에 도전하는 첫날이다. 그에게는 ‘광주의 박원순(서울시장)’, ‘안철수(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사람’이라는 정치적 수식어가 붙는다. 이에 대해 윤 시장은 “150만 광주시민의 시장이 되고 싶다. 시민의 뜻이 천심(天心)이다”라고 답했다.
윤 시장은 지난달 19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1층 로비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의 공동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책임과 희망이 정치에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하더라도 새 정치에 대한 시도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과 김정훈 사회부장이 진행했다.
“사실 시장이 될 생각은 없었는데 운명처럼 됐다. 30여 년간 안과의사로 일하면서 시민사회운동을 했다. 고교 재학 시절 군부독재 아래에서 사회의 변화 발전을 생각했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통해 이런 생각이 더 뚜렷해졌다. 민주화된 뒤에는 삶의 질, 환경,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 광주에서 민주화의 역사를 함께한 게 축복이었다. 이제는 그 책임을 져야 할 위치가 됐다.”
―‘시민시장’을 강조했는데….
“시민운동을 하면서 현장에 신의 음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지혜를 배웠고 가슴을 울리는 희망을 봤다. 시장은 생활 속에서 낮은 자세로 시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정책 결정, 실행을 모두 공개하고 시민의 이야기를 경청하겠다.”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가장 역점을 둘 시정은 무엇인가.
“먹고사는 문제다. 지역민들이 일자리가 없어 떠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여기에 광주가 갖고 있는 역사성을 활성화해야 한다. 광주를 더불어 사는 공동체 모델과 인간을 존귀하게 여기는 도시로 만들겠다. 캄보디아에 광주진료소를 만든 게 그 예다. 이 밖에 투명한 사업 시행을 위해 턴키입찰 방식을 지양하고 심의에 시민을 참여시키겠다.”
―도시철도 2호선 재검토 이야기가 나오는데….
“광주시장이 1년간 쓸 수 있는 예산은 2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지하철 1호선 적자 390억 원, 버스준영공제 400억 원, 무상급식 200억 원을 지원한다. 실질적으로 시장이 쓸 수 있는 예산은 1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광주시가 한 해 평균 중앙정부 사업을 따와 부담하는 예산은 3500억∼4000억 원 규모다. 도시철도 2호선 사업 등 빚을 내야 하는 각종 사업은 시민에게 솔직하게 공개하고 추진 의사를 묻겠다. 2호선은 기술 발전, 예산을 고려해 공사비 1조9000억 원이 드는 낮은 지하형(저심도)이 아닌 노면전차 등으로 검토할 수 있다.”
“내년 KTX 호남선이 완공되면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일 것이다. KTX 광주역 통과는 장기교통종합계획, 시민 의견을 검토해 결정하겠다. 상무소각장 폐쇄나 20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 개편, 광주야구장 운영 등 주요 현안은 팀을 꾸린 뒤 시민 의견을 물어 취임 100일 이내에 결정하겠다.”
―내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지….
“U대회조직위원회 조직은 필요할 경우 개편할 생각이다.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해 유엔과 접촉을 시도하고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 달라고 요청하겠다.”
―5·18민주화운동이 34주년이 됐지만 아픔은 여전하다. 치유 방안은 뭘까.
“진정한 치유는 ‘사과’다. 사과하면 용서한다. 5월 정신 계승 차원에서 광주시민은 고려인, 북녘 동포, 아시아인 등을 넉넉하게 품어줘야 한다.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대립관계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로 다시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6·4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일부 반발이 있었는데….
“선거는 양쪽 상대 중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강운태 전 시장의 4년간 행정을, 나는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가능성은 그동안 시민사회 영역에서 그려진 내 삶의 궤적을 들여다본 것이다. 1995년 이후 역대 시장은 모두 관료·정치인 출신이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시민사회 출신 시장이 당선됐다. 광주시민은 과거로부터 새로운 것,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상황과 정치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에 대한 바람을 이번 선거에서 표출했다.”
―새로운 바람은 안철수 대표의 ‘안풍’을 의미하는 건지….
“나를 안철수 사람으로 표현한 것은 맞다. 안 대표와는 정치적 동반자다.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고 변화를 원했기에 나를 선택한 거라고 본다.”
―안철수 대표와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
“같은 의사였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연이 없었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광주에서 처음 만났다. 지난해 새정치추진위원회 결성 과정에서 안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위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와 제도권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7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자는 마음이 서로 통한 것 같다.”
―새로운 정치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정치권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갈등과 대립을 풀어야 한다. 현재 지역을 기반에 둔 정치체제는 한계가 있다. 우리 정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단의 극복, 이념·지역·소득 편차를 해소할 수 있는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는 분단의 극복과 공공성 확보다.”
윤 시장과의 인터뷰는 1일 오전 8시 채널A ‘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60여년 광주 토박이… 시민운동 인맥은 ‘전국구’▼
부시장 지낸 부친 이어 청백리 꿈꿔
윤장현 광주시장(왼쪽)이 동아일보 하종대 부국장(가운데), 김정훈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그는 1970년대 초 부친이 강진군수로 재임할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강진에는 다산초당, 무위사 후불 벽화, 김영랑 시인 생가가 있었다. 이곳이 훗날 국가적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가 됐다.”
윤 시장은 부친을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행정가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했다. 아버지처럼 청백리 같은 삶을 살기를 그는 소망했다. “아버지는 나를 ‘장남’이라고 하지 않고 ‘큰 사람아’라고 불렀다. 요즘도 ‘사람을 귀히 여겨라’, ‘섬기며 살아라’는 등의 글귀를 적어주시곤 한다.” 그는 부친과 93세 장모를 한집에 모시며 살고 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윤 시장은 늘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려 애쓴다. 30여 년간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아름다운 가게 전국대표,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광주·전남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현장 중심의 철학·정책을 펼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시민운동을 하며 쌓은 그의 인맥은 광주를 넘어 전국에 퍼져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