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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만으로 서울시향 앨범 내다니… 꿈만 같아”

입력 | 2014-07-01 03:00:00

최근 음반 낸 상임작곡가 진은숙씨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명훈 예술감독(왼쪽)과 상임작곡가 진은숙. 둘은 진은숙의 작품 9곡을 담은 앨범을 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몇 년 전 정명훈 선생님이 ‘진은숙의 작품으로만 서울시향의 앨범을 내자’고 제안하셨을 때 괜한 말씀이겠지 했죠. 그런데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실제 제게 일어났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진은숙 상임작곡가(53)의 목소리는 활기가 넘쳤다. 27일 독일 베를린 자택에서 신곡 ‘사일렌 요정들의 침묵’ 작업 도중 전화를 받은 그는 “너무 바빠 아직 서울시향과 함께 녹음한 앨범 CD를 직접 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서울시향은 최근 도이치그라모폰(DG)과 일곱 번째 앨범을 냈다. 앨범은 피아노 협주곡(피아노 김선욱)과 첼로 협주곡(첼로 알반 게르하르트),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슈(생황 우웨이) 등 그가 작곡한 현대음악 9곡으로 채워졌다. “지금까지 세계 대다수 교향악단의 연주 음반은 공연 실황 녹음 버전이에요. 하지만 서울시향이 이번에 세계 최초로 스튜디오에서 연주 녹음을 했죠. 다른 교향악단에 귀감이 될 겁니다.”

진은숙은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얻은 수확 중 하나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협업을 꼽았다. “난해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선욱 씨가 아주 정확하게 연주해줬어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제가 만든 곡을 스스로 재발견했을 정도니까요. ‘내가 만든 곡이 이런 곡이었구나’ 알게 됐죠.”

8월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클래식의 축제 ‘BBC 프롬스 축제’에 국내 최초로 참가하는 서울시향은 이날 공연에서 진은숙의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초연할 예정이다. 그는 “매년 BBC 프롬스 축제에 평균 6000∼7000여 명의 관객이 찾는다”며 “이분들에게 생황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황은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내는 악기다. “음반에 수록된 곡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생황이 주인공이고 오케스트라가 또 다른 생황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에요. 생황이 서양 악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깜짝 놀라실 겁니다.”

현재 진은숙은 독일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신곡 ‘사일렌 요정들의 침묵’을 마무리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곡은 8월 23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 초연된다.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바버라 해니건이 연주자로 나선다. “제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현대음악의 매력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게 꿈이자 목표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저는 정말로 행복한 작곡가일 겁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