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의 거장 정상화 개인전
2012년작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9×72. 7cm 갤러리현대 제공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불리는 정 화백의 작품은 얼핏 보면 머리가 긁적여지는 대목이 잦다. 실제로도 작가는 예전엔 ‘그림은 어디 있나’란 질문 많이 받았다는데, 단조로울 만치 패턴으로만 이뤄져 설명이 난감하다. ‘모노크롬’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단색화는 일체의 구상을 배제하는 게 특징으로 1970년대 한국미술의 대표적 사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결미가 돋보인다고 작업 과정도 쉬운 건 아니다. 정 화백의 작품은 그린다기보단 ‘뜯어내고 메우는 반복’의 결과물이다. 캔버스에 5mm 두께로 고령토를 발라 말린 뒤 이를 나름의 간격으로 가로 세로로 접는다. 접힌 대로 고령토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아크릴 물감을 바르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무늬를 새겨가며 여러 번 구워내는 청자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작품이 탄생한다. 때문에 한 작품이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