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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색조와 구성… 보노라면 마음이 편해져

입력 | 2014-07-01 03:00:00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 개인전




2012년작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90.9×72. 7cm 갤러리현대 제공

어디선가 목어(木魚) 소리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눈을 감으면 대나무 숲에서 빚은 바람이 스쳐오지 않을까.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1일부터 열리는 정상화 화백(82)의 개인전은 푸른 볕에 기대선 옛 사찰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화가로 불리는 정 화백의 작품은 얼핏 보면 머리가 긁적여지는 대목이 잦다. 실제로도 작가는 예전엔 ‘그림은 어디 있나’란 질문 많이 받았다는데, 단조로울 만치 패턴으로만 이뤄져 설명이 난감하다. ‘모노크롬’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단색화는 일체의 구상을 배제하는 게 특징으로 1970년대 한국미술의 대표적 사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결미가 돋보인다고 작업 과정도 쉬운 건 아니다. 정 화백의 작품은 그린다기보단 ‘뜯어내고 메우는 반복’의 결과물이다. 캔버스에 5mm 두께로 고령토를 발라 말린 뒤 이를 나름의 간격으로 가로 세로로 접는다. 접힌 대로 고령토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아크릴 물감을 바르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무늬를 새겨가며 여러 번 구워내는 청자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작품이 탄생한다. 때문에 한 작품이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한국 단색화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 화백(78)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았다는 정 화백의 작품 역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미술작업이 돈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다”는 작가는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예술 청년’이었다. 명성을 얻으니 가장 좋은 점은 예전엔 꿈도 못 꾸던 최고급 재료를 맘껏 쓸 수 있는 거란다. 이번 개인전엔 197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품 45점을 만날 수 있다. 30일까지. 02-2287-35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