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이나 건전한 놀이를 목적으로 보드게임을 찾는 사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또한 '모두의 마블'이 성공함에 따라, IT/게임 업계에서도 교육 서비스나 게임으로 활용하기 좋은 보드게임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매주 다양한 보드게임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늑대 인간의 공포
스무 명 남짓 살고 있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 어느 날 밤, 마을에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 몇 명이 무서운 늑대로 변해 잠자고 있던 이웃을 해친 것이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은 늑대 인간의 흔적을 추적하지만, 늑대들은 다시 사람으로 변신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을 사람들 속에 섞여 들었다. 늑대 인간들은 서로 은밀하게 눈빛을 교환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쏠리는 의심의 화살을 교묘하게 비껴가며 다음 희생자를 물색한다. 늑대 인간과 평범한 마을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존재는 천리안을 가진 예언자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천리안을 가졌다는 것을 섣불리 드러낸다면, 늑대 인간들의 다음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
'타불라의 늑대(Lupus in Tabula)'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몇 가지 제한된 단서들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 서로 논의해 늑대 인간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타불라의 늑대는 '워울프(Werewolves)'라는 오래된 파티게임에서 기원한 보드게임이며, 워울프는 한국에서 '마피아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낮에는 늑대 인간 처형을, 밤에는 희생자 지목을
게임을 하려면 플레이어 중 한 사람이 진행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진행자는 게임 진행을 돕기만 한다. 남은 플레이어들은 '역할 카드'를 한 장씩 나눠 받는다. 이렇게 받은 카드로 평범한 마을 사람이 될지, 사람들을 해치는 늑대 인간이 될지, 늑대 인간을 알아낼 수 있는 천리안이 될지, 역할이 결정된다.
게임은 크게 밤과 낮으로 번갈아 진행한다. 밤에는 진행자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가 눈을 감는다. 먼저, 천리안이 눈을 뜨고 정체를 알고 싶은 사람을 손으로 가리킨다. 진행자는 그 사람이 늑대인간이면 엄지를 올리고, 아니면 아래로 내린다. 이렇게 해서 천리안은 누가 늑대 인간인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다. 다음으로 늑대 인간들만 눈을 뜬다. 늑대 인간들은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 중 한 사람을 희생자로 지목한다.
낮에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뜬다. 진행자는 간밤에 희생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힌다. 희생당한 사람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자신이 누구였는지 밝히면 안 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 의논해, 늑대 인간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결정해 처형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밝혀야 하고, 늑대 인간들은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그럴싸한 말로 사람들을 속여야 한다.
이렇게 처형과 희생자 지목을 반복하다 보면, 남은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남은 마을 사람들의 수와 늑대 인간의 수가 같으면 늑대 인간이 승리하며, 모든 늑대 인간을 처형하면 마을 사람들이 승리한다.
숨어 있는 늑대 인간을 찾아라
이 게임의 재미는 낮에 벌어지는 '늑대 인간 찾기'에 있다.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늑대 인간으로 의심하는 근거도 빈약할 때가 많다. '간밤에 늑대 인간들이 희생자를 지목할 때 이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던지, '평소에 말이 없던 저 사람이 이번 게임에서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던지 하는 의심은 이 게임의 단골 소재다. '그냥 왠지 이번에는 저 사람이 늑대 인간일 것 같다'는 직감에 근거한 주장부터, '사실은 내가 천리안인데 지난 밤에 저 사람이 늑대 인간이라는 것을 밝혀냈다'는 제법 그럴싸한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천리안의 의견도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 사람이 정말 천리안인지, 아니면 천리안 행세를 하는 늑대 인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 속에서 숨어 있는 늑대 인간을 밝혀냈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늑대 인간들의 말솜씨에 휘둘려 마을 사람들끼리 죽고 죽이는 결과가 벌어졌을 때의 허무함도 게임의 재미 요소다.
게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나면, 기본적인 역할 외에 몇 가지 특수 카드들을 게임에 넣는다. 예를 들면, 마을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지만 늑대 인간 편에서 행동하고 승리와 패배도 늑대 인간들과 함께 하는 '덜 떨어진 놈'이 있다. 게임 종료 시 살아남아 있기만 하면 무조건 승리하는 '쥐 인간', 마을 사람들의 편에서 밤마다 누군가 한 명을 늑대 인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경호원' 등 특수한 역할들이 게임에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은 좀더 복잡하고 흥미로운 양상을 띤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즐거운 게임
게임을 하다 보면, 밤에 늑대 인간들에게 희생되거나 낮에 늑대 인간으로 몰려 처형되는 바람에 게임에서 먼저 탈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게임이라면, 이렇게 먼저 게임에서 빠진 사람은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불라의 늑대'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게임에서 빠지면 진행자처럼 밤에도 눈을 뜨고 있으면서 게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다. 앞으로 나서서 "아 그러니까 이 사람이 늑대인간이라니까!"라고 모두 밝혀버리고 싶지만, 게임에서 빠진 사람은 더 이상 게임 진행에 관여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다. 타불라의 늑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이브다이스(http://me2.do/57t77nL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코리아보드게임즈 김남광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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