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까지 10년간 비과세… 장기투자문화 확산에 큰 효과
“한국 소장펀드도 자격 완화해야”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東京) 니혼바시 거리. 일본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이곳에는 각종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들이 밀집해 있다. 일본 정부가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 올해 1월 일본개인저축계좌(NISA)를 도입한 이후 이 거리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일본 금융투자업계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도쿄 시내 곳곳에서 NISA 홍보영상과 광고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NISA는 연간 투자원금 100만 엔(약 1000만 원)까지 상장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주식 투자신탁 등의 매매이익 및 배당금에 대해 5년 동안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고객이 원하면 5년 더 연장해 최대 10년까지 가입할 수 있다.
일본 금융투자업계가 ‘저축에서 투자로의 이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월 본격적으로 도입해 3개월 만에 650만 계좌를 유치했다. 2020년까지 1500만 계좌를 유치하려던 목표의 3분의 1 이상을 3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NISA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는 게 일본 증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3월 말 현재 NISA에는 1조 엔(약 10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NISA는 단기매매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장기 투자문화를 촉진하려는 목적도 있다. 실제 NISA의 모델인 영국 개인저축계좌(ISA) 사례를 보면 ISA에 가입한 개인들의 펀드 보유기간(6.5년)은 일반 투자자들의 펀드 보유기간(3.8년)에 비해 길다. 한국에서도 올 3월 서민층 및 젊은층의 목돈 마련과 자본시장 강화를 위해 도입된 소득공제 장기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NISA를 참고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ISA와 달리 가입자격이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 근로자에 한정되면서 가입자 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은 “NISA처럼 가입제한을 완화하고 추가로 세제혜택을 늘려야 국내 자본시장에도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지영 기자 jjy016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