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말했다. “한 명의 작가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 어떤 작가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문단에선 통하지 않는 말이다. 북한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박해받고 투옥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나라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시인과 소설가들은 언급 자체를 금기시했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투사’로 나서면서도 북녘의 엄청난 인권 유린 앞에선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입을 닫았다.
▷문단의 긴 침묵이 깨지려는 조짐일까. 어제 열린 ‘탈북문학 세미나 및 남북 문인 시낭송회’에서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자신이 작성한 ‘문학인 북한인권 선언’ 초안을 낭독했다. 다들 모른 척하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시도한 것이다. 선언의 서두는 이렇다. ‘우리는 마침내, 문학인들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더이상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말의 존재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가야 하는 문학인의 의무를 무참히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