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명예훼손에 해당 안돼”
방송이 고의적인 편집을 통해 공인(公人)을 인종주의자로 몰아갔어도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2년 2월 흑인 청년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 씨의 발언이었다. 당시 지머먼 씨는 총격 직전 911구급대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남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을 하거나 마약 같은 것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가 내리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슬렁거렸다”고 알렸다. 911 구급대원이 “좋다. 그 남자는 흑인이냐, 백인이냐 또는 히스패닉이냐”고 묻자 지머먼 씨는 “흑인 같다”고 대답했다.
총격 사건이 터지자 NBC는 911에 녹음된 이 대화를 편집해 지머먼 씨가 “이 남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흑인 같다”는 발언을 반복해 보도했다.
플로리다 주 세미놀 카운티 순회법원은 지난달 30일 원고 패소 판결로 NBC의 손을 들어줬다. 데버러 넬슨 판사는 “방송사가 보도할 당시 정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거나 진실 또는 거짓을 부주의하게 무시했다고 볼 만한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방송이 “지머먼 씨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는 가족과 친구들의 주장도 전해 반론권도 보장했다고 인정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