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자위권 허용’ 閣議 결정 발동요건 ‘밀접國’ ‘명백한 위험’… 자의적 잣대로 전쟁 개입할 여지 우리 정부 “우려… 투명한 논의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1일 오후 도쿄(東京) 총리 관저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내렸다.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전쟁에 나서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로써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69년 만에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평화국가의 옷을 벗어버리고 일장기와 욱일승천기를 내건 육·해·공 자위대를 지구촌 어디든 전쟁터로 파병하는 문턱을 넘어섰다. 이른바 ‘전후체제 탈피’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각국의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헌장 51조가 인정하고 있으나 일본은 자국이 직접적인 공격을 당했을 때만 개별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평화국가 노선을 지켜왔다.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전의 준비는 일본에 전쟁을 걸려는 시도를 좌절시켜 억지력을 높인다.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한층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은 각의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9월 임시국회에서 자위대법 등 관련법 개정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자위대의 활동 반경은 좀 더 넓어질 수 있다. 12월에는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 분담을 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일본의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재정 적자에 쪼들리는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동아시아 안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가는 상황은 동아시아 정세에 근본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전쟁 범죄의 죄책감에서 풀려난 일본이 공격적 민족주의를 내건 군사대국으로 가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무시한다면 동아시아 안보에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동의 없이 한반도 영역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고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논의할지에 대해서는 “지역정세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