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성공보다는 행복한 귀농·귀촌에 초점을 맞출 때 전원생활에 성공할 수 있다.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초기 전원생활 과정에서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3대 화두가 있으니 바로 소득(수입), 텃세(주민 융화), 자녀교육이다. 그중에서도 ‘시골에 내려가서 과연 무얼 해서 먹고 사느냐’ 하는 경제적인 문제는 전원 연착륙의 성패를 가르는 최대 관건이다.
2008년 충남 당진으로 귀농한 L 씨(57) 부부는 벼 재배(1만3223m²=4000평)와 밭농사(3305m²=1000평)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연간 순수입은 1500만 원 안팎이다. 2011년 충남 예산으로 귀농한 K 씨(52)는 주업인 한우(30여 마리) 사육 외에 산소 이장, 벌초 작업 등 돈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한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려야 하는 귀농인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이나 가공식품 제조 판매, 숙박·체험시설 운영을 통해 필요한 생활비를 조달하고자 하는 귀촌인들도 ‘구직’의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점 때문에 대개 귀농 선배들은 “초기 2, 3년간은 수입 없이 살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오라”고 조언한다. 가능하다면 본인 또는 배우자의 고정적인 농외 수입원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만약 매월 30만∼50만 원만 확보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아파트나 상가 등 도시 부동산의 임대 수입이나 예금 이자수입이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집에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 친구가 하는 일을 일부 받아서 할 것은 없는지 찾아본다. 이 경우 자신이 도시에서 했던 일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려 귀농·귀촌에 접목시키는 것이 좋다.
농사를 짓는 귀농은 사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창업의 길이다. 또 숙박·체험시설 등의 귀촌 창업이나 더 나아가 귀농·귀촌을 융·복합한 6차산업의 창업 역시 수익을 올려야만 한다. 귀농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집중 지원이 이뤄지는 그 지역의 주력작물을 선택하는 등 지역농업시스템에 들어가는 것이 생산·가공 및 판매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그만큼 유리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노력과 기술, 시간이 필요하다. 마을에서 농사 고수들을 따라하는 ‘따라쟁이 농법’도 한 방법이다. 귀농 준비부터 이후 자리를 잡기까지 자생력을 갖추는 데는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귀농 지원책도 큰 도움이 된다. 귀촌인도 농업인의 자격을 갖추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월 12일자 A33면 ‘7회, 귀농과 귀촌의 차이’ 참조
근래 들어 일단 귀촌한 다음 적당한 시기에 귀농을 접목하거나, 반대로 귀농한 이후 귀촌활동을 병행해 소득을 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귀농과 귀촌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또한 생산과 판매 전 과정에 걸쳐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이른바 ‘스마트 농부’로의 변신도 한창이다.
그러나 억대부농은 전체 농가의 1∼2%에 불과하고, 가공식품에 뛰어들어 성공할 확률 또한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귀농·귀촌 열풍이 지속되면서 기존 농민들과의 경쟁뿐 아니라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귀농·귀촌인 간에도 갈수록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