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민어의 ‘복사꽃살점’이 농익고 있다. 민어는 맛있다. 물컹! 씹히는 살점에 자지러진다. 물큰한 살점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뭉근하게 으스러지면, 에라, 한 세상 겯거니틀거니 아옹다옹할 게 뭔가. 한 생이 삼베홑청처럼 가볍구나.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 못 오나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민어는 담백하면서도 구수하다. 10kg이 넘는 수컷을 최고로 친다. 암치는 알을 낳아서 살점이 부석부석하다. 경매가도 한참 떨어진다. 민어회는 두께두께 썰어야 제맛이다. 민어는 흰 살 생선이다. 흰 살에 연분홍 복사꽃 빛이 스리슬쩍 사르르 감돈다. 산란기인 6∼8월이 제철이다. 민어탕은 임금님 수라상 단골 음식. 조선시대 삼복 복달임으로 첫째 민어탕, 둘째 도미탕, 셋째 보신탕을 쳤다. 복날이 오면 양반은 민어탕을, 상놈은 시냇가에 모여 보신탕을 즐겼다.
민어부레는 생김새가 소의 등골이나 지라 비슷하다.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졸깃하다. 부레 속에 소를 채워 찜을 한 어교순대도 일품이다. 오이 두부 쇠고기 따위를 소로 넣는다.
민어는 전남 신안 임자도, 지도 그리고 영광 낙월도 부근에서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중국산이나 양식 민어는 발밑도 못 따라간다. 신안앞바다에서 잡히는 민어는 신안 지도읍 송도어판장으로 모인다. 매일 아침 경매를 한다. 32년째 그곳에서 민어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지도횟집(010-3641-3219·택배 가능)의 정화자 사장(남편은 어선 선장)은 말한다.
“갓 잡은 수족관의 민어가 ‘꿔억∼ 꾸욱∼’ 개구리 울음소리를 낸다. 이제 슬슬 민어가 잡히기 시작한다. 민어 떼가 알을 낳으러 임자도 앞바다에 몰려오고 있다. 7월 말∼8월 중순이 피크다. 지금은 수컷(10kg 이상 대짜) 1kg에 6만∼7만 원씩 하지만 이달 말쯤 되면 4만 원대로 내려갈 것이다. 암치는 3만 원이나 받을까. 솔보굿 민어껍데기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얼음물에 담갔다 꺼내면 꼬들꼬들해진다. 그걸 썰어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둘이 먹다가 셋이 꼴까닥해도 모른다. 민어 물렁뼈도 칼로 다져서 썰어 먹으면 부귀영화 억만장자 눈곱만치도 안 부럽다.”
목포 영란횟집(061-243-7311)은 ‘식칼(?)로 뭉텅뭉텅 썰어주는’ 푸짐한 인심으로 이름났다.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건너편 삼학도(02-584-4700·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2번 출구)는 30년 가까이 민어전문집이다. 서울 논현동 리츠칼튼호텔 건너편 먹자골목에 있는 노들강(02-517-6044)도 장안의 소문난 집이다. 모두 신안민어만 고집한다.
고추장 팍팍 풀고, 단물 쩍쩍 오른 애호박, 아삭아삭 상큼한 미나리에 쑥갓 팽이버섯 뭉텅뭉텅 넣어, 진득진득한 민어탕도 끓여내 보세. 모락모락 김 자르르, 노란 기름 두둥둥! 염천고열에 그 깊고 시원한 맛, 장독대 새우수염 족두리꽃이 허허허 너털웃음 웃는구나.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