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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백혜진]담배회사 마케팅 더 강력한 규제 필요

입력 | 2014-07-02 03:00:00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

지금은 성인 흡연율 18%를 기록하는 미국도 한때 43%의 흡연율을 기록했던 때가 있었다. 담배 마케팅이 전성기를 누리던, 50년 전의 이야기다. 의사들이 광고 모델로 나와 “더 많은 의사들이 다른 담배보다 카멜을 피운다”며 특정 브랜드를 광고하던 때다. 고독하면서도 터프한 서부의 사나이 말버러 맨, ‘여성들이여, 당신들은 먼 길을 왔다’라는 광고카피로 현대적이고 멋진 여성으로의 해방구 역할을 자처한 버지니아 슬림. 모두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 사례다. 담배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흡연문화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담배 광고에서 보여준 흡연 이미지와 너무도 흡사하게, 고독하면서도 세련되고, 역동적이면서 친구와 함께하는 그런 이미지로 말이다.

1998년 미국의 46개 주정부가 담배회사와의 법정싸움에서 승소함으로써 몇 가지 값진 승리를 얻어냈다. 250조 원의 합의금으로 다양한 금연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그 하나. 더 엄격한 담배 마케팅과 광고 규제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둘. 담배회사는 흡연이 중독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중독성을 높이고 청소년의 흡연을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주력했다는 사실이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이 세 번째 승리이다.

담배회사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서울시내 중고교 주변의 편의점에는 평균 6개 이상의 담배광고가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판매시점(point-of-purchase)광고는 방송광고보다 더 직접적으로 구매에 영향을 준다.

편의점에 설치된 담배 진열 광고는 발광다이오드(LED)등의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밖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다. 커피향이나 캔디 맛 등의 소위 ‘가향’ 담배는 흡연을 시작하는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첫경험’과 같은 진열 광고의 문구는 청소년들에게 담배의 첫경험을 유혹한다. ‘첫경험’하기에 좋도록 20개비 이하의 작은 사이즈의 담배도 있다. 미국에서는 가향 담배와 20개비 이하의 담배 규격, ‘저타르’ ‘순한’ 등의 표현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흡연자는 가해자가 아닌 희생자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금연정책을 강화하는 정부보다는 건강에 유해한 흡연을 교묘한 상술로 조장하는 담배회사가 아닐까. ‘애연가’가 과연 적절한 호칭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