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소비효율(연비) 부풀리기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해당 차량 소유주들은 제작사에게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고, 제작사는 연비를 관할하는 정부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연비 사후검증 결과 발표 후 본격화됐다. 국토부는 현대차 싼타페 복합연비(리터당 14.4㎞) 8.3%, 쌍용차 코란도스포츠(11.2㎞)는 10.7% 낮다며 두 차종에 대해 연비 기준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산업부는 두 차종에 대해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아우디 A4, 폴크스바겐 티구안,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는 산업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두 부처 간의 이견에 실질적인 피해는 소비자들이 떠안게 됐다. 연비는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지만 제작사의 공인 연비도, 각기 다른 정부기관의 기준 역시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은 결국 ‘진짜’ 연비 가리기위한 집단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법무법인 예율에 따르면 2일 현재까지 자동차 연비와 관련해 ‘연비부당광고 집단소송’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소송을 신청한 소비자는 약 1200여 명에 달한다. 구체적인 배상 요구 금액도 정해졌다. 예율은 미국 선례를 바탕으로 회사 측이 발표한 공인연비에서 국토부가 제시한 연비를 뺀 값에 해당 연료값을 곱한 뒤, 한 해 운전자들의 평균 주행거리(1만1268㎞)를 기준으로 10년간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기름값을 산출했다. 여기에 기름값의 15%를 위자료로 더했다. 만약 소비자들이 승소하면 현대차를 대상으로 운전자 1명당 약 150만 원, 쌍용차를 대상으로 약 250만 원씩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부적합 판정을 받은 4개 수입차도 65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의 배상이 걸린 소송도 추가됐다.
제작사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부 수입 업체들은 정부 발표에 불신을 갖고 소송할 뜻까지 내비췄다. 현대자동차는 정부 발표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정부 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내 두 부처에서 각각 다른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당황스럽고 고객 관리도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기업으로서는 어떤 결론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송을 예고한 크라이슬러의 경우 지프 그랜드체로키가 지난 2012년 수입 당시 산업부 산하 석유관리원에서 연비 측정을 해 공인 연비를 리터당 12.96km로 표시했지만 이번 발표에선 11.2km로 떨어지자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가될 처지에 놓였다. 폴크스바겐 티구안 역시 두 달 간격으로 동일한 기관에서 측정한 결과가 엇갈렸다. 1차 검사에서는 도심 불합격, 고속도로 합격, 2차에선 두 결과가 바뀌어 나온 것. 아우디 A4, BMW 미니도 비슷한 경우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입장은 완강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인 시험 기관에서 측정해 신고했더라도 신고 후 양산 차량의 연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제작사의 차량 품질관리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작사의 연비 재검증 요구 또한 받아드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연비 과장 논란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동차 연비 측정 및 관리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현대자동차 ‘싼타페 2.0 2WD’과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등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자동차들의 연비 과장 논란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정책 혼선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쌓여왔던 자동차회사들의 고질적인 연비 부풀리기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이고도 신속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