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중국시장 대박 요인 분석
○ 가공유 시장 작은 중국을 두드리다
바나나맛 우유가 중국에 처음 들어간 것은 2008년이다. 이때만 해도 바나나맛 우유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 나라들은 미국이나 유럽권에 비해 우유 소비량이 많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우유에 노출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체질적으로 우유 소화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우유에 다른 맛이나 향을 첨가해 만드는 가공유 시장이 미미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딸기맛이나 초콜릿맛 등의 가공유 또는 요구르트 형태의 발효유가 전체 유제품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각각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은 흰 우유 시장 자체가 작고 그중에서도 가공유 시장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유럽이나 호주 일부 업체가 중국에 우유를 팔고는 있었지만 이들의 주력 제품은 흰 우유였고 그나마 물량도 많지 않았다.
○ 中소비자 “달고 맛있으면서 진한 우유”
첫 입점지는 상하이에 있는 백화점이었다. 우유는 저온 유지가 중요한데 백화점이 대형마트나 일반 소매점보다 온도 관리를 철저히 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주식이 아닌 간식용으로 판매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소비자를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2009년 말 상하이 백화점에 바나나맛 우유가 처음 등장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우유를 맛없는 음식으로 인식하던 중국인들에게 진하고 달콤한 바나나맛 우유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원유 함유량을 높게 유지한 영향이 컸다. 빙그레는 우유 고유의 진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용 제품에 들어가는 원유 비중을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했다. 환원유 맛에 익숙하던 중국 소비자들은 “달고 맛있으면서 진한 우유”라며 바나나맛 우유를 반겼다.
빙그레 내부에서 중국이 상당한 시장으로 클 수 있겠다는 기대가 싹텄다. 판매량을 늘려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소, 돼지 등 가축을 중심으로 국내 농가에 구제역이 돌았다. 중국은 한국 기업들이 만드는 유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빙그레는 입점 계약비와 화물선 이용비 등을 모두 날리며 무기한 대기해야 했다.
1년 넘게 지속된 구제역 파동이 가라앉고 양국 간 수출 재개 협상이 진전되면서 중국에 대한 한국 유제품 수출이 재개됐다. 수출길이 다시 열리자 빙그레는 중국 시장을 새롭게 조망했다. 새로 수립한 전략은 1년 전과 완전히 달랐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통망이다. 수출 재개 이후 가장 공을 들인 유통망은 편의점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바나나맛 우유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가능한 한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노출시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매장이다.
○ 대만 시장 공략 성공으로 긍정 여론 형성
중국에 대한 수출 물량을 늘리기에 앞서 빙그레는 대만을 공략했다. 중국 사업체 중 상당수에 대만 자본이 들어가 있고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대만에서 인기를 끈 제품들은 곧바로 중국에서도 흥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파악한 빙그레는 대만에 바나나맛 우유를 먼저 선보였다.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대만 소비자, 그중에서도 안전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대만 주부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바나나맛 우유를 선호했다.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가 치솟자 진열 자리도 달라졌다. 대만 코스트코는 처음엔 음료 코너에 바나나맛 우유를 진열했다가 나중에는 대형마트 안에서 황금석으로 꼽히는 정육 코너를 옆으로 밀고 그 자리에 바나나맛 우유를 진열했다. 대만에서의 성공은 바나나맛 우유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후 예상보다 좋은 반응이 나타나자 빙그레는 여세를 몰아가기 위한 전략을 짰다. 바나나맛 우유를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층을 조사해 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를 뽑아 그들의 사무실에 바나나맛 우유를 대량 배달해 주는, 이른바 ‘오피스 어택’이다.
아울러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이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고 현지에서 직접 맛봤다며 자랑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는 점을 파악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기획했다. 중국 관광객들의 동선을 파악해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서울역 롯데마트, 용산역 이마트 등)나 명동 주변의 편의점 등에 중국어로 된 홍보물을 설치하고 판촉행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했다. 중국 관광객들은 해당 장소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마셨고 ‘인증샷’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등 입소문을 내줬다. 이종국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해외 시장은 국내 시장에 비해 사전에 시장 환경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을 때가 많으므로 시장 진입 후 유연하게 바꿔가는 동태적 역량이 중요하다”며 “목표 고객에 맞게 유통채널을 탄력적으로 선택한 것이 빙그레의 성공적 시장 진입을 도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