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DBR]선진국에서 중산층은 ‘문화적 교양인’… 한국에서 중산층은?

입력 | 2014-07-03 03:00:00

퐁피두 前 佛대통령의 생각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구사해야 한다. 직접 즐기는 스포츠도 한 종목 이상 있어야 한다.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한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이것은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생각한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다. 미국과 영국도 다소 방향은 다르지만 페어플레이, 약자 보호 등 나름대로 중산층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중산층에 대한 선진국의 잣대는 대체로 경제적인 부분이 아니라 가치관과 연결이 돼 있다. 중산층은 인구층이 가장 두껍다. 중산층의 생각에 따라 정부의 정책이 바뀌기도 한다. 중산층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사회의 전체적인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중산층은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이들은 어떤 가치를 지향할까.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3월 20∼50대 1000명에게 중산층의 모습에 대해 물어봤다. 응답자들은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하고 사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며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고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기는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또 중산층에는 ‘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강했고 1억 원 이상의 현금을 여윳돈으로 보유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고 소비보다는 투자, 저축을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중산층의 가치관 등 내면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절반 이상의 응답자는 중산층이 아쉽게도 책을 많이 읽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나마 독서하는 분야는 비즈니스·경제, 자기계발 등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독서 습관은 주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중산층은 ‘국가·공동체에 대한 관심’(34.2%)보다는 ‘개인적인 이익’(81.3%)에 더 민감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성향은 정치적인 지향점과 관련이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중산층은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한쪽을 뚜렷하게 지지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중도 성향을 보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보수와 진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실용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나 될까. 78%는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83.6%는 계층 상승을 희망했다. 이들의 희망은 어느 정도나 실현이 가능할까. 현실에서는 계층 상승의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다. 46.3%가 더 좋은 계층으로 상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자녀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자유로울 것이라고 본 사람도 15.2%에 불과했다. 왜 이렇게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을까. 힌트는 중산층의 재산 형성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53.2%는 중산층의 재산이 자신의 노력보다는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라고 봤다. 24.2%만이 한국에서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강했다. 52.1%는 ‘한번 가난해지면 평생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산층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의 중산층에 대한 희망과 계층 이동 가능성에 따라 사회의 역동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하위층은 중산층을, 중산층은 상류층을 모방하며 계층 이동이 진행된다. 사회 안정화는 상류층과 중산층, 하위층이 경쟁적으로 모방할 수 있을 정도로 지속적인 소득이 보장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욕이 존재할 때 성립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계층 이동은 차단되고 사회는 불안정해진다”고 말했다. 베블런의 주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다.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