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李부회장 조사… 사전영장 검토, 피해자 구제는커녕 재산 빼돌려
동양그룹 이혜경 부회장(62·여)이 본인이 소유한 국내외 유명 화가의 미술작품 수십 점을 수사기관의 강제집행 직전에 팔아버린 혐의로 2일 검찰에 소환됐다.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수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 사태’의 주범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구속)의 일가가 피해자 구제는커녕 재산 빼돌리기에 급급하다는 비난 여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이날 이 부회장을 강제집행 면탈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미술작품이 압류당할 것을 우려해 홍송원 갤러리 서미 대표(61·여)를 통해 미리 팔아 현금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동양그룹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에 수상한 거래의 흐름을 발견하고 지난달 갤러리 서미와 이 부회장 소유의 미술품 보관 창고를 압수수색했다. 창고에는 국내외 유명 화가의 그림과 조각 등 수십 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또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그림을 팔아준 홍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강제집행 면탈 혐의 공범으로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범행 가담 경위와 범위를 확인 중이다.
홍 대표는 재벌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거나 검찰의 재계 수사가 시작될 때마다 ‘비자금 세탁 창구’라는 의심을 받으며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그는 2011년 오리온그룹으로부터 판매위탁을 받은 그림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가 적발돼 구속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 리움 미술관 관장을 상대로 50억 원의 미술품 대금 소송을 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