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 인터뷰]<14>권선택 대전시장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포용할 수 있는 용광로 같은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대덕특구에서 나오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지역의 심각한 일자리 부족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원대연 기자 yeon72@donga.
권선택 대전시장(59)이 2002년 대전시 행정부시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난 뒤 12년 만에 시장으로 ‘컴백’했다. 권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장 후보로 결정될 때인 5월만 해도 경쟁 상대였던 새누리당 박성효 전 의원(전 대전시장)과의 지지도가 최고 40%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그는 지난달 20일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2층 당선자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의 공동인터뷰에서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포용할 수 있는 용광로 같은 시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박원재 부국장과 이광표 정책사회부장이 진행했다.
“감회가 새롭다. 중앙 부처,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비서관,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다. 국회의원은 정책을 만드는 자리다. 시장은 만들어진 정책을 집행하는 자리다. 책임감이 무겁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겠다.”
―공직을 떠난 뒤 대전 시정을 제3자 입장에서 지켜봤을 텐데….
“주민센터에 가보니 과거 대전시 정무, 행정부시장을 지낼 때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다. 제3자의 입장에서 관(官)을 쳐다보게 된 것이다. 시장이 됐으니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시정을 펴겠다.”
―선거를 치르면서 ‘대역전극’의 비결은 뭔가.
―시장직인수위원회의 명칭을 ‘시민경청위원회’라고 한 이유는….
“경청은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는 의미다. 제대로 듣고 소통하기 위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였다. 경청위원을 선정하는 데 정당에 있던 사람들, 선거사무실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배제했다. 시민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기 위해 시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교수 그룹, 시민단체 그룹 관계자를 포함시켰다.”
―향후 대전시의 시정 방향은….
“선거 기간 ‘민심을 반영해 행정을 바꾸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첫째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이다. 두 번째는 대전이 과거 국토 중심지여서 많은 혜택을 봤고, 인근에 세종시가 건설됐음에도 지금 대전은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없다.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전의 상징인 대덕특구와 과학벨트의 현안들을 꾸준히 해결해 경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 세 번째는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을 포용할 수 있는 통합의 행정을 펴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노면 트램 방식을 공약해 당선됐다. 전임 시장의 결정과 달라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책에는 항상 차이가 있는 법이다. 시민과 전문가의 입장을 반영해 대전 발전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권 시장은 동아일보 인터뷰 10여 일 후인 이달 1일 취임식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충남도청 등이 떠난 원 도심 활성화가 대전의 과제인데….
“과거에도 원 도심 활성화정책은 추진됐으나 대부분 미봉책들이었다. 원 도심 정책만 별도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대전 시정 전체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것만 따로 떼서 활성화하는 정책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추가적인 신도심은 개발하지 않을 생각이다. 모든 정책에 ‘균형개발’ 정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원 도심인 대전 중구 선화동 대흥동 등에는 근대문화가 많이 살아 있다. 시설을 통한 재생뿐 아니라 문화를 통한 재생 사업도 진행하겠다.”
―구청장 5명 중 4명, 시의원 22명 중 16명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독주가 우려되는데….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정당을 갖고 있지만 지역 문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정당을 떠나 지역 문제에 초연하게 힘을 모으자고 결의하려 한다.”
―인사행정에 정통하다는 평가인데 대전시의 인사기준은….
“인사가 만사다. 시장으로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살릴 수 있고 일하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 공약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안 되지만 법을 고칠 수 있는 정무적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하겠다. 조직의 안정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발탁이 나의 인사원칙이다.”
―대전시민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통을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취업이고,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 문제는 모든 경제정책의 종합선물이다. 중소기업 쪽에서 노력하면 일정 부분 추가로 일자리를 만들 여지가 있다. 특히 대전에는 대덕특구가 있어 여기에서 나오는 첨단기술을 사업화, 기업화, 산업화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청년인력공단을 만든다는 공약도 했다. ‘청년만을 특화한 일자리를 만드는 곳’으로 꾸밀 것이다. 취업 창업문제를 원스톱 서비스 하는 지원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대전이 만들어진 지 꼭 100년이 됐다.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시점이 됐다. 변화가 시작됐다. 그 중심에 시민이 있고 시민이 주인이다. 시민들을 열심히 모시고 대전 시정도 시민 중심으로 하겠다. 소통과 경청을 토대로 시민의 눈높이에서 모든 시정을 활동적이고 역동적으로 하겠다. 시민 여러분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권 시장과의 인터뷰는 3일 오전 8시 채널A ‘시도지사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 공무원때도… 국회의원때도… 꿈은 대전시장 ▼
행시 수석후 충남도청서 공직 첫발
권선택 대전시장(왼쪽)이 지난달 20일 대전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2층 당선자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박원재 부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권 시장은 대전 중구 목달동 보문산 뒤 안동 권씨 집성촌에서 태어나 대전중·고교를 졸업한 ‘대전토박이’이다. 그 후 대전을 떠난 뒤에도 대전시장의 꿈을 잊은 적이 없다.
그는 성균관대 재학 시절인 스물한 살 때 행정고시(20회)에 수석 합격했다. 대학 졸업 후 당시 고시 합격자가 선호하던 경제기획원 대신 내무부 지방행정기관 근무를 지원했다.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시장은 충남도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내무부 기획관리실에서 근무하며 현재 운용 중인 119구조대를 창설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1995년 대전시 기획실장, 1999년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행정부시장, 2002년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을 지내며 고향으로의 귀환을 마음에 담아왔다.
2003년 참여정부 청와대 초대 인사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한 그는 행정가가 아닌 정치가 쪽으로 행보를 이어갔다. 2004년 열린우리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대전 중구에서 당시 5선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누르고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18대 의원까지 지냈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야인으로 지내며 대전시내 곳곳을 누볐다.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성은 그의 장점이다.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지낼 때 시청 환경미화원 50명과 소주 50잔을 주고받은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얘기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