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특별기고] 中-韓관계 발전, 국제사회 모범… 복잡한 안보환경 함께 대처해야 中國夢과 제2 한강의 기적 향해… 파도 헤치며 힘차게 나아갑시다
올해는 중-한 수교 22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22년 동안 중-한 양국이 함께 노력하여 모든 분야의 협력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무역 동반자, 수출시장, 수입 대상국, 해외투자 대상국, 해외유학생 파견국, 해외여행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중-한 양국은 교역액이 한미, 한일의 교역액을 합친 규모보다도 많은 명실상부한 ‘이익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매주 800여 편에 달해 양국 국민을 연결하는 하늘의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양국 간 인적 교류는 연인원 822만 명에 달했고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2년 내에 연인원 인적교류 1000만 명 시대를 맞이할 것입니다. 양국은 국제무대와 지역무대에서도 긴밀히 협력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아시아의 진흥과 발전, 특히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추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였습니다.
중-한 관계 발전은 속도가 빠르고 영역이 넓으며 영향이 깊어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관계 발전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나아갈 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한 관계 발전에는 정리하고 계승하며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네 가지 견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선린우호를 견지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믿음’은 동방의 가치관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無信不立)”는 것은 중-한 양국 국민이 함께 간직해 온 공동 이념입니다. 중-한 양국이 신뢰를 통해 교류하면서 양국 관계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닦았습니다. 양국은 서로 친척집을 드나드는 것처럼 고위급 및 각 분야의 교류를 강화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깊은 관심사를 중시하는 한편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는 언제나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둘째, 호혜협력을 견지하고 이익의 융합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경제무역은 항상 중-한 관계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가속화, 금융 협력의 심화, 거시정책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이익의 ‘파이’를 보다 크게 만들고자 합니다. ②‘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제 금융위기의 깊은 영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중-한 양국은 한 배에 타고 강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함께 손잡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지역의 발전을 이끌고, 아시아의 번영과 진흥을 위해 기여해야 합니다.
셋째, 평화와 안정을 견지하고 공동의 터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가져다주는 발전의 기회를 함께 누리는 한편 복잡한 안보 환경의 도전에도 함께 대처해야 합니다. 일단 동란이 발생하면 역내 국가 중 그 누구도 혼자만 무사할 수 없습니다. 지역 안정의 대국(大局)에 손해를 끼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저는 박 대통령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눈 바가 있으며 중-한 양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한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저는 이틀간의 방문을 통해 박 대통령과 공동 관심사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한국의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만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련의 새로운 공동 인식을 도출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중국은 전면적인 개혁 심화와 개방의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민들은 ‘두 개의 100년’이라는 목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③‘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제2 한강의 기적’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평화적인 외부 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중-한 양국 국민은 모두 평화를 사랑하고 ④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근면하며 진취성이 뛰어납니다. 중-한 협력은 각자의 발전을 위한 가속 장치일 뿐만 아니라, 지역과 세계평화의 안정 장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순풍에 돛을 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방문은 서로 우정을 나누고 협력을 논의하며, 발전을 도모하고 평화를 지키는 방문이 될 것입니다. 중-한 친선의 배가 돛을 높이 올리고 파도를 헤치며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시진핑
▼ 시진핑 기고에 인용된 문구의 의미는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기고 원문은 중국 정부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고사성어 등을 사용해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작성됐다. 한국어 기고를 원문 표현과 비교해 뜻을 짚어본다.
① 風好正揚帆 (순풍에 돛을 달자)
‘물줄기 모여 바다로’와 붙여 써…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
제목인 ‘풍호정양범(風好正揚帆·순풍에 돛을 달자)’은 함께 노력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천천회해활(千川匯海闊·수많은 물줄기가 모여 넓은 바다가 된다)’ 등을 앞에 붙여 대구를 만들어 쓴다. 중국 정부나 주요 지도자들이 문건이나 강연에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동란이 발생하면 역내 국가 중 그 누구도 혼자만 무사할 수 없다’의 원문에는 맹자에서 인용한 ‘독선기신(獨善其身)’이 나온다. 자기 한 몸만 생각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곤궁할 때는 홀로 선을 행하면서 자신을 수양한다’는 의미였지만 나중에 부정적인 용례로 바뀌었다.
② 一花獨放不是春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다)
2013년 개최한 보아오포럼서도 세계 경제협력 강조하며 인용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은 한국에서도 자주 쓰는 표현으로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있는 말이다. 공자가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한 데서 비롯했다.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는 ‘일화독방불시춘 백화제방춘만원(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이다. 명나라 때 편집한 아동교육 교재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해 개최한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에서도 세계 경제 현황과 각국의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 구절을 인용했다.
③ 兩个一百年 (두 개의 100년), 中國夢 (중국의 꿈)
中 공산당 100년-건국 100년 겨냥한 시진핑의 정치 비전
시 주석은 이번 원고에서 ‘양개일백년(兩5一百年·두 개의 100년)’과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도 언급했다. 이 둘은 시 주석의 정치 구호이자 중국의 비전과 야망이다. 공산당 창당(1921년) 100년인 2021년에 맞춰 ‘전면적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함) 사회 건설’을 마무리하고 중국 건국(1949년) 100년인 2049년에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꿈’은 2012년 11월 29일 시 주석이 국가박물관의 ‘부흥의 길’ 전시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설명한 개념이다.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훌륭한 문명을 갖춘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라는 목표를 달성하자는 뜻으로 과거 성대한 당나라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꿈은 전 세계인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의 굴기(굴起)가 세계의 발전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④ 吃苦耐勞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근면하다)
저우언라이 1939년 언급… 中 공산당 역사에서 의미 깊어
‘중-한 양국 국민은 모두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근면하며 진취성이 뛰어납니다’ 문구의 중국어 표현으로는 ‘흘고내로(吃苦耐勞)’를 썼다.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참아낸다는 뜻이다. 고사성어처럼 보이지만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1939년 안후이(安徽) 성에서 열린 공산당활동가회의에서 ‘현재 정세와 신사군(新四軍)의 임무’를 보고하면서 썼던 말이다. 중국 공산혁명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지닌 표현이다.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한 서예작품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는 원래 앞에 ‘백일의산진 황하입해류(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해는 산을 넘더니 저물어 사라지고 황하는 멀리 바다로 흘러든다)’가 붙어 있는 5언 절구다. 시 제목인 ‘등관작루(登관雀樓·관작루에 올라)’의 관작루는 산시(山西) 성 융지(永濟) 시에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