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펼치면 10m 병풍스타일에 실크스크린 수작업 한정판 제작 럭셔리 전략으로 컬렉터 공략나서
인도에서 한 장씩 실크스크린 수작업으로 만든 ‘꿈꾸는 소녀 테주’(왼쪽)와 특수 야광 물질을 입혀 깜깜한 곳에서 빛나는 ‘바다탐험대 옥토넛’. 비룡소·문학수첩 리틀북 제공
이 책은 인도 하층민 소녀 테주가 화가의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한장 한장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뒤표지의 숫자는 2000부 한정판으로 인도에서 제작한 이 책의 각 권마다 매겨진 고유번호다. 판형도 가로 25cm, 세로 37cm로 보통 그림책보다 1.5배 정도 크고 가격도 3만 원이다.
이 책처럼 고급화 전략을 취하는 그림책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비룡소의 ‘지브라’ 시리즈는 단순한 유아용 그림책이 아니라 ‘한 권의 예술작품’으로 성인 독자까지 아우르는 그림책을 표방한다. 비룡소 편집부 김산정 씨는 “그림책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중저가 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역발상으로 고급스럽고 소장 가치가 있는 아트북 개념의 그림책을 내놓자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기존 그림책에서 한 걸음 더 나가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바다탐험대 옥토넛’(문학수첩 리틀북)은 깜깜한 바다 밑바닥을 탐험하는 장면 두 페이지에 특수 가공한 야광 물질을 입혔다. 올록볼록한 감촉이 느껴지는 이 페이지는 불을 끄고 보면 해파리와 물고기가 환하게 빛난다.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2000부가 다 팔렸다. 출판사 측은 야광 처리 비용만 한 권당 1000원 정도 더 들었다고 밝혔다. 문학수첩 리틀북 윤소라 대리는 “차별화 없이는 눈길을 끌기가 쉽지 않다. 그림책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마지노선을 1만3000원대로 보는데 그 선을 넘어 소장 가치를 강조할 것인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출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