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공동성명 내용은] 朴대통령-시진핑 주석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 합의
●북핵
▼ 朴대통령 “양국 ‘北 핵실험 결연히 반대’ 뜻 모아”… 中 ‘북핵’ 명시엔 난색… ‘6자 틀에서 해결’ 강조 ▼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9·19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는 과거 3차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제재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도발행위 중단을 요구한 문서다. 무기 밀매와 사치품 거래금지 등도 포함돼 있다. 외교 당국자는 “중국 최고 지도자가 직접 안보리 결의 이행 준수를 북한에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위협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9·19공동성명도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대신 관계정상화와 에너지·경제지원을 제공한다는 합의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으로, 6자회담 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고립 압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올해 성명에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9·19공동성명에 나오는 표현인 데다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국가는 북한밖에 없어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통일
▼ 中, 朴대통령 ‘드레스덴 제안’ 사실상 지지 표명… 시진핑, 남북 양측에 관계개선 속도낼 것 주문 ▼
박근혜 대통령이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내놓은 대북 제안의 명칭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못했다. 그 대신 제안의 3대 요소인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성명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중국이 드레스덴 제안 내용을 성명에 적시하는 것을 수용하고,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북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지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 압박도 잊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에 많은 불확정적 요소가 존재한다. 관련 당사국은 마땅히 정세를 타당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한 톤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 이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에 해당한다.
남-북-중 협력 분야에선 중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성명에는 ‘한중 양측은 지역 평화와 협력, 신뢰 증진 및 번영을 위해 양자 다자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소지역 협력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난해 공동성명에 없던 내용이다.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중 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 간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중, 남-북-러 협력 등에 시 주석이 공감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참여를 설득하는 것이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작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 공동성명-기자회견 모두 ‘日 역사왜곡’ 언급 없어, 부속서에 “위안부 연구 협력”… 對日 공동대응 예고 ▼
日언론 “시진핑, 朴대통령에, 2015년 광복절 공동행사 제안”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3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우경화 행보나 역사왜곡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한 것은 불필요한 갈등 대신 외교상의 실리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성명은 동북아 갈등 정세와 관련해 “(양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의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라고만 밝혔다. 일제의 위안부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검증,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양 정상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빗나간 셈.
대신 공동성명 부속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양국이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 공동연구,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공동 대응을 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도 일제 위안부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줄 것을 신청하는 등 이 문제에 매우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보편적 인권과 관련한 문제로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일본 대 한중’이란 갈등 구도로 비칠 부담이 작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중 간 물밑 공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은 “통상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문서상에 적시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곤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체제 강화를 강하게 요구해온 동맹국 미국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합참의장의 만남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조율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3일 인터넷판에 중국 CCTV를 인용해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와 한반도 식민지 해방 70년을 맞는 내년 양국이 기념활동을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는 등 한중 공동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