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적장애인의 날] 10대 “친구와 놀고 싶지만… 난 외톨이”… 20대 “일자리 못 구해… 실습만 2년째” 30대 “짝 찾고 싶은데… 결혼은 남의 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적장애인(또는 보호자) 10명을 만나 그들의 삶과 고민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 대부분은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똑같은 욕구와 감정을 느끼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를 억제하거나 포기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 지적장애인 10명 중 6명 “친구 없다”
지적장애 3급인 이모 씨(23)는 3년간 일반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속 얘기를 나눌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나를 상대해주지 않았다”며 “이유 없이 때리고 ‘왕따’를 시킨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같은 반 학생 5명으로부터 집단 폭행 및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춘기의 지적장애인 학생들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비장애인 학생들의 무관심과 소통 능력 부족으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현재 친한 친구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지적장애인 10명 중 6명은 ‘한 명도 없다’고 답했으며 전체 평균 1.4명의 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 갈 곳 없는 성인 지적장애인들
지적장애 3급의 조모 씨(25·여)는 현재 장애인복지관에서 직업 실습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수차례 구직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전자제품 조립이나 음식 조리 같은 직업 실습만 2년째 받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장애인할당제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지적장애인의 취업률은 약 23.0%로 전체 장애인 취업률 35.5%보다 크게 낮다. 취업을 해도 자립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적장애 3급의 김모 씨(47)는 현재 월 50여만 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같은 직장에 있는 지적장애인 39명 중 현재 결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인 지적장애인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가족에게 돌아가고 있다. 20대 지적장애 아들을 둔 B 씨(54·여)는 “부모는 자신들의 노후 걱정에 아이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짊어져야 한다”며 “내가 없으면 아이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부모가 더이상 지적장애 자녀를 돌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생활시설에 입소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