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한국은행 강릉본부에 60대 중반의 농민 A 씨가 큰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화폐 교환 창구를 찾은 A 씨가 가방을 열자 부패가 진행된 5만 원 권이 가득 들어있었다.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고약한 냄새가 날 정도였다.
가방에 들어있던 돈은 5만 원 권 100장씩 묶인 다발이 10개로 총 5000만 원. 직원이 확인한 결과 부패가 심했지만 대부분 지폐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고 3장만 절반 이상 훼손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A 씨는 훼손이 심한 3장만 반액을 인정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액면금액만큼 새 돈으로 교환받았다. 총 4992만5000원.
강릉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A 씨는 농사대금으로 받은 5000만 원을 땅 속에 수개월 동안 보관하다 습기로 인해 부패된 것을 뒤늦게 알고 한국은행을 방문했다. A 씨는 "은행이 먼데다 현금 결제할 일이 많아 비닐에 싸서 땅 속에 묻어두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훼손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대부분 새 돈으로 교환하게 돼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