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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뒷談]대한민국예술원 ‘경력 30년 이상-현저한 공적’ 요건… 10번 넘게 도전도

입력 | 2014-07-05 03:00:00

하늘의 별따기 ‘대한민국예술원’




대한민국예술원은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 있는 대한민국학술원 건물을 같이 쓰고 있다. 건물 1층의 3분의 2 정도를 예술원이 사용한다. 동아일보DB

“예술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여기가 이렇게 지독한 곳인 줄.(웃음)”

대한민국예술원에 입성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바이올린 분야에서 이름난 제자를 여럿 길러낸 원로 연주자도 지난해 예술원 신입회원 투표에서 단 한 표 차로 떨어졌다. 열 차례 넘게 고배를 마신 끝에 회원이 된 예술가도 여럿이다. 한두 번 만에 회원이 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음악분과의 한 회원은 “예술원의 문턱이 워낙 높다 보니 투표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서운하고 화도 날 것이다. 그러다 보니 텃세니 알력이니 하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로 개원 60주년을 맞은 예술원은 예술 분야에서 경지를 이뤄낸 원로 예술인을 예우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정부가 설립한 특수예우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지만 정부기구는 아니다. 예술원 사무국은 문체부 소속이다.

예술원 신입회원을 선출하는 과정은 이렇다. 정원 100명에서 결원이 생기면 공고를 낸 뒤 약 한 달간 추천서류를 받는다.

회원이 되고자 하는 이는 후보자 추천서(주요 경력 및 창작활동 실적), 주요 경력 및 창작활동 실적을 증빙하는 자료(경력증명서, 저서, 프로그램, 팸플릿, 상장 등)를 낸다. 해당 분과의 회원들이 그 서류를 검토한 뒤 오프라인에서 한자리에 모여 무기명으로 투표를 한다. 찬반은 ○, ×로 표시한다.

후보 자격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예술 경력 30년 이상이며, 예술 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예술가’(대한민국예술원법 제4조). 30년 이상 같은 분야에서 활동했기에 해당 분과 회원들은 그 후보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모를 수가 없다고 말한다.

투표를 통과해 회원이 되면 매달 180만 원의 수당이 나온다. 연구논문 발표, 공연 및 전시, 작품 제작 등 회원의 창작 활동을 분과별로 해마다 한두 명씩 지원한다. 국제 예술교류, 예술 강연에도 지원금을 지급한다.

회원들이 받는 혜택 가운데 수당 외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없다. 그럼에도 열 번씩 탈락의 쓴잔을 들고서라도 예술원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원들을 비롯한 원로 예술가들은 ‘명예’ 때문이라고 했다. 한 원로 음악가는 “예술이라는 한길을 오롯이 걸어온 나의 선택과 업적에 대한 자긍심,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예술원 회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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