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자는 미국 명문 웰즐리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지만 정치 꿈을 펼치지는 못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3살 때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아들 MJ와 결혼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한 1979년 10·26 사태 석 달 전이다. 그리고 2남 2녀를 낳아 기르는 평범한 주부가 됐다. 김동조 전 외무장관 딸이라는 좋은 가문과 학벌을 생각하면 사회활동에 뛰어들 법도 했지만 재벌가 며느리로 자족한 듯했다.
▷2002년 MJ가 ‘국민통합21’ 신당을 만들어 대통령후보로 나왔을 때 우아한 만자의 모습은 화제였다. “학벌이나 외모, 스펙이 남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왔다. 대선을 하루 앞둔 밤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약속을 깼다며 따지러 왔을 때 만자는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수 있었던 울산에서 내리 6선을 한 MJ가 2012년 큰 정치를 꿈꾸며 떠밀리다시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자 만자는 주민에게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었다. 6·4 서울시장 선거 때는 박원순 시장 부인이 꽁꽁 숨은 것과 대조적으로 남편 옆에서 선거운동을 적극 거들었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