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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패트릭 크로닌]한미, 능동적 억제전략 갖춰야

입력 | 2014-07-05 03:00:00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북한 문제는 모순적이다. 북한은 변화에 민감하고 엄청난 휘발성에 노출돼 있다. 북한의 정치적 격변이나 정권 붕괴, 내부 갈등 등 일어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급진적인 시나리오 사이에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차단하고 억제력을 유지해야 하는 그날그날의 도전이 있다.

북한이 최근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나 초정밀 로켓 발사 실험이 판세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경량화하는 한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하고 고농축 우라늄탄으로 핵무기 수를 늘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음울한 북한의 경제상황이 유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위험한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할 외교의 누적된 실패는 전략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모든 비대칭적 군사수단 개발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억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의 전략적 균형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평양은 한미동맹의 군사력 우위를 극복하기 위해 비대칭적 무기를 대량으로 쌓아 놓고 있다. 우리가 적정 수준의 위험을 받아들인다면 전략적 균형을 변화시키고 북한의 도발 의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 서울과 워싱턴은 ‘부인(denial)에 의한 억제’와 ‘보복에 의한 억제’ 사이에 균형을 갖춘 ‘능동적 억제 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능동적 억제 전략은 적어도 세 가지 군사적 구성요소를 필요로 한다. 첫째, 한미동맹은 적의 탄도 미사일이나 저고도 크루즈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조기 탐지할 수 있는 강력한 정보와 감시, 정찰 네트워크를 가져야 한다.

둘째, 보다 진전된 미사일 다층방어시스템에는 요격 성공률이 높은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비롯해 더 넓은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이지스함 발사용 SM-3 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제가 포함돼야 한다.

셋째, 적의 미사일 공격을 선제 제압할 수 있는 ‘킬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 적 영토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는 미사일과 전투기가 필요하다.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북한이 실제 도발을 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

아울러 50km² 구역의 적 발사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비핵 전자기펄스(EMP)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비용 대비 이익의 측면에서 북한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북한이 최근 드론으로 남한의 영공을 침범한 것은 주의를 촉구하는 사건이다. 무장이 가능한 드론을 확실하게 막는 방법은 없다. 이번 사건은 한미동맹이 정보전에서 좀 더 우위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남북한 모두 심리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만 북한은 독설과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남한은 북한의 불편한 진실들을 내부에 침투시킬 수 있다. 새 젊은 대장의 사치스러운 집이나 정치범수용소, 압제 정권을 피해 가까스로 도망친 탈북자들의 증언 영상 같은 것들이다.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은 더 적극적인 방어자세를 취하고 정보전에서 앞서감으로써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강압에 대항할 수 있는 지렛대를 세울 수 있다. 이제 우리가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우리를 억제하는 것을 걱정하게 해야 할 때다.

서울은 평양이 진정으로 대화에 나서는 때나 갑작스러운 통일 등 모든 것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북한 정권에 억제력을 유지하고 그들의 강압을 차단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핵심이어야 한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