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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책]상처 입은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交感’

입력 | 2014-07-05 03:00:00

◇한밤의 동물원/소냐 하트넷 지음/고수미 옮김/208쪽·9000원·돌베개




사방이 고요한 깊은 밤, 안드레이와 토마스 형제가 폐허 사이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등에 멘 배낭에는 갓난쟁이 여동생 빌마가 잠들어 있다.

삼남매는 바람처럼 돌아다니는 집시의 아들딸이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집시가 사람보다는 동물에 가깝다고 그랬다. 삼남매가 자작나무 숲에서 노는 동안 갑자기 군인들이 집시 무리를 에워쌌다. 할머니와 삼촌에게 총을 쏘고는 다른 집시들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렇게 삼남매는 부모와 친족을 잃었다. 시공간적 배경을 분명하게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게 폭격당한 체코슬로바키아로 짐작된다. 체코어 간판이 등장하고, 침략군은 독일어를 쓴다. 히틀러는 집시를 학살했다.

삼남매가 굶주림과 수모를 견디며 걷고 걸어서 도달한 곳은 사막처럼 고요한 마을에 있는 작은 동물원. 동물들도 전쟁통에 주인이 떠난 뒤 외롭고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사자와 새끼 사자를 잃은 암사자, 좁은 수조를 쳇바퀴 돌듯 하는 물범,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는 독수리. 철창 안에 갇힌 동물들과 갈 곳 없는 삼남매는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동물들이 숨겨온 비밀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곰은 아이들에게 물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 바깥 어딘가, 바다와 바다 사이에는 빈자리가 있어. 물범이 거기에 없기 때문에 비어 있는 거지.” 자유는 그 빈자리를 찾아가는 일이다. 라마는 그랬다. “곰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거든. 하지만 사람은 사는 데 필요가 없는 일을 많이 하더라.” 동물이 날 때부터 받은 위대한 선물 하나를 사람이 쇠창살로 빼앗아 버렸다.

안드레이는 동물들에게 약속한다. 자신과 토마스의 빈자리는 이 동물원인 것 같다고. 어떤 방법을 써서든 언젠가는 동물들을 빈자리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안드레이는 눈을 감고 마음속에서 열쇠를 찾아 철문을 하나씩 연다. 안드레이는 말한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고, 외롭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는 거야. 그건 네가 살아 있으니까 일어나는 일이야.”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