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성석제 지음/372쪽·1만2000원·창비
만수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사상 문제로 고초를 겪고 세상에 등을 돌렸다. 만수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하며 농사꾼이 돼 가족을 부양한다. 화전민 출신 어머니와 누이들은 가족을 묵묵히 뒷바라지한다. 명석한 큰형은 서울 명문대에 진학해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베트남전에서 고엽제 피해를 입고 숨진다. 영리하지만 악착같은 남동생 석수는 끝없이 만수를 무시하고 괴롭힌다.
가족이 상경해 변두리 단칸방에 살게 된 뒤 무기력해진 아버지는 술꾼으로 전락하고 만수가 가장 역할을 도맡는다. 전문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돈을 벌고, 교통경찰을 보조하는 전경으로 복무하면서는 소소한 뇌물을 챙기고, 훗날 공장 관리직으로 취직도 한다. 김만수 특유의 우직한 성실함으로 가족과 회사를 위해 답답할 정도로 희생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외면뿐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