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마이클 앤드루 포드 지음·김명희 옮김/400쪽·1만5000원·포이에마
사람들은 자신의 영웅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들추기를 원치 않는다. 하물며 ‘상처 입은 치유자’로 불리며 국내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린 성직자이자 학자 헨리 나우웬의 동성애 성향을 다루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은 나우웬 서거 10주기를 기념한 개정판으로, 초판에서 삭제된 내용을 거의 대부분 복원했다. 저자는 신학을 전공한 영국 BBC 기자로, 나우웬의 지인 100여 명을 집요하게 인터뷰해 인간 나우웬의 상처와 고민, 어려운 이웃을 향한 그의 사랑을 다각도로 그려냈다.
러닝 라이크 어 걸알렉산드라 헤민슬리 지음·노지양 옮김/320쪽·1만3000원·책세상
오래달리기를 하다 보면 일정 순간 ‘러너스 하이(30분 이상 달릴 때 느끼는 쾌감)’라는 환상적인 경험을 한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방송작가인 저자는 처음 뛰는 마라톤에서 특이하게도 울면서 러너스 하이에 도달했다. 열흘 전 동생의 출산과 제부의 수술을 겪으면서 응어리진 감정을 달리기로 푼 것이다. 그 후 6년간 12켤레의 운동화를 갈아 신으면서 1500km를 뛰고 또 뛰었다.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적 힐링’을 위한 달리기를 꿈꾸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을 만하다.
직업의 지리학엔리코 모레티 지음·송철복 옮김/384쪽·1만6000원·김영사
비슷한 스펙이라도 사는 동네마다 연봉이 달라진다? 노동경제학 실증연구의 대가인 저자에 따르면 금융업이 발달한 미국 보스턴의 고졸 근로자가 전통 제조업 도시인 미시간 주 플린트의 대졸자보다 연봉을 2만 달러 더 받는다. 세계경제의 지도가 바뀌면서 국가 간 소득격차는 이제 한 국가 안에서도 도시 간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 매년 35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미국에서 사라지는 산업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윌리엄 로 지음·기세찬 옮김/568쪽·3만 원·너머북스
흔히 청나라는 열강의 침략으로 사실상 중국이 식민지로 전락하기 직전의 왕조라는 점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눈을 돌려 보면 청나라는 중국 왕조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했다. 또 몽골족부터 여진족, 티베트족, 위구르족까지 광범위한 민족을 하나의 통일체로 묶는 고도의 정치력을 보여줬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구 근대화와 비교해 청을 중국의 쇠퇴기로 규정한 서구의 학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