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해킹/브래들리 L 개럿 지음/오수원 옮김/368쪽·1만7000원·메디치
왜 그럴까. 이미 사라져 버린 폐허야말로 인간의 유한함을 명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여기 목숨을 걸고 전 세계의 폐허만 골라 탐험하는 별종들이 있다. 이들의 먹잇감은 버려진 군사시설부터 폐쇄된 발전소, 하수도 배수관, 정신병원, 지하벙커, 군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지리환경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인류학자인 브래들리 개럿도 그중 한 사람.
고립된 접근금지 구역에 잠입하다 보니 위험한 건 기본이고 현행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힐 각오까지 해야 한다. 저자 역시 런던에서 교통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도대체 왜?”였다. 니체가 말한 ‘과거에 대한 병적인 동경’에 불과한 것 아닌가. 저자는 “안전은 보장되지만 때로는 권태로운 사회에서 우린 살고 있다. 따라서 뭔가 부족하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 그 틀을 깨는 건 우리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도시탐험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그저 별난 취미를 가진 이상한 사람들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교사와 학자, 공무원,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
낙후지역을 탐험하는 동안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폐공간에 사는 현지 주민과 마주치면 취미활동으로 그곳을 찾는 자신들의 상대적인 부유함이 불편했다는 고백이 마음에 닿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