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빈 방한/日우경화 한목소리 비판] 시진핑 끈질기게 日비판 동참 요구… ‘中과 밀착’ 오해 차단할 노력 시급
민 대변인은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에 확인한 직후 “(양 정상 간) 일본 역사 인식과 관련한 문제는 다뤄졌지만 구체적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 오후 5시경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CCTV 보도가 사실이라고 했다. 18시간 만에 말을 바꾼 셈. 전날 확인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주 수석은 “어제 시 주석이 잠깐 얘기했고, 우리가 답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하루 만에 달라진 청와대
3일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문제의식은 우리와 중국이 비슷하지만 (대응에 있어) 중국과 같이 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한미일 공조 역시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 쪽에 쏠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 중국이 일본 문제와 관련한 한중 공조 요구를,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못 박자는 요구를 서로 양보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4일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이 끝나갈 무렵 기류가 달라졌다. 양 정상은 일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고노담화 검증 △독자적 대북 제재 해제 등 최근 일본 행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고 전했다. 특히 양 정상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우려했다고 밝힌 점은 눈에 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공식 지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자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 중국 측의 압박으로 분위기 반전?
하지만 청와대의 판단은 달랐다. 시 주석의 방한이 끝나갈 무렵 주 수석은 한중 정상이 나눈 일본 관련 대화를 소상하게 공개했다.
○ 미일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
한중 정상회담으로 두 정상의 친밀감은 높였지만 한국 외교에는 큰 숙제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과 대등한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하려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안보부처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아무리 싫어도 일본은 전략적으로 끌어안고 가야 할 파트너이자 한미동맹의 동반자”라며 “일본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중국과 손잡고 발표하는 방식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