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5人이 꼽은 2기 경제팀 정책과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에 경제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한 주문이다. 6일 동아일보가 경제전문가 15명을 상대로 2기 경제팀의 과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2기 경제팀은 최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은 많은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회복세가 꺾인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 작업의 성과를 내야 한다.
경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절반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활성화(53.3%, 복수응답 허용)’를 꼽았다.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만들고, 투자 확대가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확대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되살아나도록 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수 진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2기 경제팀의 정책 의지를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33.3%), 추가경정예산 편성(20.0%) 등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카드를 최대한 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하를 포함한 경기활성화 종합정책이 나와야 한다”면서 “규제개혁도 경기활성화와 밀접한 분야에 규제개혁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내수 진작을 위해 꺼내든 부동산시장 활성화 카드에 대해서는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담보인정비율(LTV) 등 각종 부동산 규제와 임대소득 과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투기 수요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부동산 정책기조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주택 가격의 완만한 하향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주택거래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공공개혁, 서비스업 활성화에 집중해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경제분야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2기 경제팀이 가장 힘을 쏟아야 할 과제로는 ‘공공기관 개혁(5점 만점에 4.8점)’, ‘규제개혁(4.6점)’, ‘서비스업 활성화(4.5점)’가 꼽혔다. 반면 ‘신산업 육성 등 창조경제 구현(3.2점)’과 ‘통일시대 준비(3.2점)’는 가장 시급성이 떨어지는 과제로 분류됐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신산업 육성과 창조경제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며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를 추진할 역량이 부족해 보여 자칫 자원만 낭비할 소지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과제로 둬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1기 경제팀이 정책 혼선을 자주 빚은 만큼 2기 경제팀에서는 부총리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장관회의 등을 강화해 부총리가 직접 경제팀을 이끌고 앞장서서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청와대 정책실장 제도를 부활시켜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소통을 강화해 추진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