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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투자 봇물 터졌지만… ‘선물 보따리’ 크지 않아

입력 | 2014-07-07 03:00:00

[시진핑 방한 이후]한국 경제 손익계산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중국 난징(南京) 공장 이전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4일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을 마치고 나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얼굴에 화색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2011년 난징 시로부터 공장 이전을 요구받던 금호타이어로서는 보상은 물론이고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공장을 이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시 주석의 방한 이후 민원 해결은 물론이고 중국 기업과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국에 베풀며 포용하면서 자기편으로 만든다’는 이른바 ‘친·성·혜·용(親·誠·惠·容)’이라는 중국의 정치외교 전략에 따라 중국 관련 신규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 정보기술(IT)과 친환경에너지는 ‘시진핑 효과’

이번 시 주석 방한으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은 중국 투자를 가로막았던 ‘대못’을 빼내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결실은 국내 제조업체에 큰 호재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전통산업 구조조정과 수입대체 전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들은 한중 FTA가 타결되면 수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업체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도 ‘시진핑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번 방한에서 “신에너지와 IT 분야가 인상 깊었다. 한국 기업과 더 좋은 협력관계를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하이얼과 샤오미 등 세계적인 IT업체가 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보유한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중국에 한국 IT업체와의 협력은 필요하다.

대기오염으로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큰 관심이 있다. LG화학이 난징에 연간 생산량 10만 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중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개발 전략에 따른 것이다.

○ 국내 주가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듯


일각에서는 시 주석 방한에 따른 경제성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대차 충칭 공장, 포스코 일관제철소 건립은 결국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경제 분야 전문가는 “중국은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한국 기업에 ‘선물’을 주기 위해 공장 건립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함께 온 중국 기업인들이 이번 방한의 성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중국 기업인 상당수가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사진을 찍는 것에 바빴다”면서 “명함을 교환하며 비즈니스를 맺으려는 기업인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 관광산업은 일부 반사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광객들이 ‘시진핑 부부 따라하기’에 나서면서 시 주석 부부가 머문 호텔이나 관광지가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또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동대문을 방문해 전통 고추장, 나전칠기 액세서리 등을 구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행사들은 관련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방한을 중국 지도자들의 다른 해외순방과 비교하면 그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올해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프랑스와 영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각각 우리 돈으로 약 26조7100억 원과 24조 원의 구매 보따리를 풀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경제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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