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연기에 대한 마음도 어느새 깊어졌다는 연기자 한혜린. 안방극장에서 주로 활약한 그는 영화 ‘소녀괴담’으로 설레는 사랑을 시작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첫 상업영화 도전 한혜린…그녀가 ‘소녀괴담’을 선택한 이유
다치지 않으려다보니 여러 기회 놓쳤다
변신 필요성 절감…내 틀을 깨고 나왔어요
연기 욕심도 커져 이젠 모든걸 걸 수 있죠
“요즘 설렘이란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그를 ‘초심’으로 이끈 기폭제는 2일 개봉한 영화 ‘소녀괴담’(감독 오인천). 첫 상업영화 출연작이자 공포영화다. 그동안 영화 출연 제의가 없지 않았지만 “이것저것 고민하다 기회를 놓쳐왔다”는 한혜린은 “다치지 않으려고만 하는 태도는 멋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녀괴담’을 택한 이유다.
“스스로에 대한 실험이 필요했다고 해야 할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방법도 알아야 했다. 내 성격이 워낙 모 아니면 도다.(웃음) 이왕 마음먹었으니 미련 없이 했다.”
한혜린은 나이와 경력이 비슷한 또래 연기자들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활동해왔다. 얼굴을 알린 SBS 드라마 ‘신기생뎐’을 시작으로 주연을 맡았던 KBS 1TV ‘당신 뿐이야’를 거쳐 최근 방송한 MBC ‘기황후’에 이르기까지 각기 개성이 다른 인물을 유연하게 소화했다. 이제 그 활동의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소녀괴담’에서 한혜린이 연기한 인물 현지는 사건을 만든 주동자이자 또 다른 피해자다. 간단히 말하면 폭력을 일삼는 ‘일진’ 여고생. 실제 고교시절 모습이 궁금할 정도로 그는 실감나는 ‘폭력 연기’로 시선을 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 여고시절에는 불안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였다”는 그의 설명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영화 ‘소녀괴담’의 한 장면.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영화에서 한혜린은 강하늘, 김소은, 박두식과 더불어 이야기를 이끈다. 비슷한 또래, 그것도 20대 중반의 이들이 한 데 모여 혹시 자존심 경쟁을 벌이지는 않았을까. 한혜린은 “전혀”라고 답했다.
“자칫 하면 사이가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인 건 맞다. 우리는 좀 달랐다. 책임감 강하고 자립심이 강한 (강)하늘에게나, 정말 똑똑한 (김)소은에게 자극 받았다. 촬영장에서 처음 겪어 보는 느낌이었다.”
한혜린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얼렁뚱땅 연기를 시작”했고, “운이 좋게 주인공도 몇 번” 했다. 주연을 해도 불안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감이 부족해서였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연기에 부쩍 욕심이 생긴다. ‘소녀괴담’이 개봉하기 전에 또 다른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촬영을 시작한 것도 그의 의욕적인 행보를 읽게 한다.
“연기를 연애와 비교하자면 누군가 나를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내가 그 사람을 더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늦게 알아챈 기분과 비슷하다. 이제 그 사람을 위해 내 모두를 걸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미디어가 발달해서인지 누군가의 빛나는 성공이 너무 자주 보인다. 사실 자극도 된다. 그래도 내 리듬에 맞춰 연기해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