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이후]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3일 “비록 서울과 도쿄는 워싱턴의 동맹이지만 미일 동맹은 명백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고 일본은 주동적으로 이를 부각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은 중미 간 분쟁을 격화하기보다는 양국 간 버퍼 역할을 할 의지가 있다”며 “이런 전략적 시각에서 보자면 남한은 중국 주변국 외교의 핵심 기둥”이라고 평가했다.
환추시보는 4일 ‘중미 관계에서 한국은 협상카드가 되기보다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게 낫다’는 사설에서 “중국 주변국은 중미 관계의 영향력 안에 있고 이들 국가의 이익과 손해는 (중미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상당히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으며 한미 동맹과 남북 대립의 틈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뛰어나게 발전시켰다”고 진단했다.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유력지인 신징(新京)보도 5일 “중국과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완충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 학자들은 한중 동맹의 필요성도 제기하지만 한중 관계는 동맹과 큰 차이가 없다. 경제와 인문 교류 분야에서는 이미 동맹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 같은 압박은 한국에 대한 외교를 북한과 분리해 생각하기보다 한반도 외교라는 큰 틀에서 보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과는 이미 경제적으로 유사동맹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 틀을 정치·안보 영역으로 확대 발전시켜 미국에 맞서는 버퍼 지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 한국을 모두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중국 외교부가 4일 공개한 한중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시 주석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객관적’ 입장을 견지한다. 각 측의 관심사를 ‘균형 있게’ 해결한다”고 강조한 것도 한반도 전략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수행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이번 방한에서 ‘4개 동반자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공동 발전을 실현하는 동반자 △지역 평화 기여 동반자 △아시아 발전 추진 동반자 △세계 번영 촉진 동반자 역할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