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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외교, 오바마-시진핑 다른 방점

입력 | 2014-07-07 03:00:00

[시진핑 방한 이후]두달새 방한 두 정상 비교해보니
美, 위안부 편들며 시장개방 요구… 中, FTA 선물주고 反日공조 압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8일의 간격을 두고 차례로 한국을 찾았다. 주요 2개국(G2) 정상의 메시지를 보면 두 나라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외교안보 분야의 선물을 주고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 했다면 반대로 시 주석은 경제 분야를 내주는 대신 외교안보 분야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중 두 정상의 메시지가 비슷했음에도 한국의 표정이 전혀 달랐던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나란히 일본 우경화를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25일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 침해다. 전쟁 상황임을 감안해도 쇼킹하다”고 했다. 청와대 외교 라인은 “미국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라며 반색했다. 한일 역사 갈등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2월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자는 한국의 요구도 수용했다.

시 주석의 일본 비판은 수위가 더 높았다. 4일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 광복군까지 거론하며 일본 우경화에 맞서 한중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미일 안보 공조를 깰 수 없는 한국으로선 난처했다. 그렇다고 시 주석의 발언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결국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두 정상 사이에 오간 일본 비판을 줄줄이 소개했다. 그 대신 중국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과 원-위안화 직거래 외환시장 개설과 같은 ‘경제 선물’을 안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 정상을 만나 얼버무린 대목을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시 주석이 일본 군국주의가 무너진 지 70년이 되는 내년에 공동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하자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려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커지는 대한(對韓)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시장 개방 폭을 넓혀 달라는 미국 측 요구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외교가의 금언을 실감케 하는 G2와의 정상회담이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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