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관련 모든 시설 건설-관리 ‘큰손’… 공사 수주 목맨 업체들 로비전 치열”
○ 방문일지만 하루에 여러 장
금품수수 의혹을 받던 김광재 전 이사장의 투신자살 소식이 알려진 4일 오후 4시 반, 대전역 동광장에 있는 철도공단 사옥을 찾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로비에 놓인 방문일지. 기자가 당일 방문일지에 이름을 적으려고 보니 ‘○○엔지니어링’ 등 외부업체 관계자들의 앞선 방문기록이 두세 장에 걸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기록으로 유추하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업계 관계자가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단에서는 하루에도 입찰이 2, 3건 이뤄진다. 6일 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입찰공고 리스트’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중 공단이 발주한 공사, 용역, 구매설치물품, 일반물품 관련 입찰 공고건수는 273건. 공휴일을 빼면 매일 2건 이상을 발주한 셈이다. 공사나 납품의 규모도 커 ‘수도권고속철도 열차제어시스템 구매’건의 경우 추정 납품금액이 1692억2000만 원이나 됐다. 매일 크게는 수천억 원이 걸린 사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철도공단 직원들 중에 기술직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 공사하는 대신 공사 발주와 관리감독, 부품구매, 설계심의 등을 맡는다. 현재 전국에서 59건의 철도 관련 시설 건설 및 설계,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의 시행은 대부분 외부 업체 몫이다.
이러다 보니 공사를 따기 위해 목숨을 거는 업체들의 로비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공단 안팎의 지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철도는 도로와 달리 노반공사 외에 궤도, 전차선, 신호통신 등 특수한 분야가 많고 참여 업체가 한정적이지만 납품 규모는 크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지하철 사업을 빼면 공단이 업계의 유일한 거래처이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공단 발주 사업 등에 명줄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의 경우 부품 납품업체가 사실상 두 곳에 불과해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 철피아 때문에 논란 가열
이런 구조의 정점에는 철도고, 철도대 출신의 핵심인력이 있다. 철도공단 출범 전 철도청 시절 의무채용했던 철도고-철도대 출신이 현재 공단 간부직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민간 설계, 감리, 시공업체에도 같은 출신들이 포진해 안팎으로 단단한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
대전=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