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홍 감독은 선수로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고, 지도자로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실패한 감독이라는 비난이 옛 업적을 뒤덮었다. 저축은행은 2010년만 해도 정기예금에선 연 5%대, 후순위채(다른 부채를 모두 갚은 다음에 남는 돈으로 상환해주는 채권)에선 연 8%가 넘는 이자를 줬다. 창구는 사람들로 붐볐다. 하지만 2011년부터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계기로 손실을 본 피해자가 속출했다. 사람들은 망연자실했고 분노했다. 재테크의 대명사라는 명성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으로 대체됐다.
대다수 국민은 저축은행을 더이상 재테크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올해 3월 기준 저축은행에 예금이나 적금을 든 사람 수는 317만 명으로 2011년 3월(434만 명)보다 117만 명(27%)이나 감소했다. 예·적금액은 2011년 3월 73조 원에서 올 3월 32조 원으로 급감했다. 한 금융권에서 불과 3년 만에 수신 규모가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든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주변을 둘러봐도 저축은행에 신규로 예금이나 적금을 들었다는 말을 최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저명인사들의 사례에는 이 수수께끼를 풀 힌트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7개 저축은행에 2012년 기준으로 3억5530만 원을 분산 예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총재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된 8개 통장에 평균 4441만 원씩 나눠 넣었다.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도 3억500만 원을 7개 저축은행에 약 4500만 원씩 맡겼다. 조 전 수석의 부인도 저축은행에 예치했다. 이는 모두 합법적인 투자여서 문제 될 것은 없다.
주목할 점은 한국 경제의 수장인 이들이 왜 못미더운 저축은행에 계속 눈길을 주고 있나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금융권 전문가들의 해석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고금리다. 저축은행 이자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2%가 안 되는 상황에서 최고 3%의 정기예금 이자를 보장해주는 금융회사는 거의 없다. 시중은행 중에 2% 후반의 정기예금 금리를 주는 곳이 있지만 저축은행이 확정이자를 좀 더 준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이다. 더욱이 저축은행의 정기적금 이자율은 연 4%에 이른다. 펀드의 경우에는 수익률이 들쭉날쭉해 믿을 수 없다고 본다.
두 번째 이유는 이들이 통제할 수 있는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저축은행이 위험하다고 하면 당장 창구를 찾아가 통장을 해지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법이 보장한 장치를 정확히 알면 공포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월급 중 일부를 떼어 꾸준히 적립하려는 직장인은 저축은행의 정기적금을 고려해볼 만하다. 서울에 있는 SBI저축은행의 정기적금 금리가 연 4.2%로 가장 높다. 충남 아산시의 아산저축은행과 충북 청주시의 청주저축은행도 연 4.0% 금리를 주는 정기적금을 판매 중이다. 본인이 직접 신분증과 1회분 납입금을 들고 지점을 방문하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1∼3년 단위로 가입하는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연 3% 초반이 최고 금리다. 현재 연 3%대의 정기예금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은 서울의 친애, 전남·광주의 골든브릿지, 충북의 한성저축은행 등이다.
묘하게도 홍 감독과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조차 닮은꼴이다. 잘나갈 때는 좋은 점만 보고, 나락으로 떨어진 뒤에는 나쁜 점만 보려 한다. 이래선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선을 분명히 긋자. 저축은행이 특판 예금을 팔거나 보험과 연계해 금리를 얹어주는 마케팅을 할 때를 노려 금융상품에 적극 가입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설령 다시 저축은행에 봄날이 온다 해도 저축은행이 파는 후순위채에는 눈길을 주지 말라.
홍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