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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이버사령관의 정치 개입, 6개월 전엔 몰랐나

입력 | 2014-07-07 03:00:00


군 수사기관이 연제욱 전 대통령국방비서관 등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전직 사령관 2명을 정치 관여 혐의로 형사 입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정치 글 의혹과 관련해 사이버심리전단 이모 단장과 요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하면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사이버사령부 전·현직 사령관은 정치 관여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더이상의 윗선은 없다”던 군이 정치 글 게재의 책임을 심리전단장에서 사이버사령관으로 높인 뒤 슬쩍 감추려 했다.

군은 연 소장과 함께 다른 전직 사이버사령관인 옥도경 준장을 지난달 중순 입건했다. 지금까지 쉬쉬한 이유가 궁금하다. 6개월 전 중간발표를 한 이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태도 역시 수상하다. 당시 군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도나 국가정보원과의 연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 의문이다.

야당은 “연 소장의 고속 승진과 청와대 발탁이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과 관련된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정치 글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할 때는 물론이고 그런 사실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될 때도 국방부 장관으로 있었다. 사이버사령관들이 정치에 관여했다면 김 장관에게도 최소한 지휘 책임이 있을 것이다.

사이버사령부는 2009년 북한의 디도스 공격 이후 심리전과 사이버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창설됐다. 북한은 최근 2년 동안 사이버전의 인력 규모를 3000여 명에서 5900여 명으로 늘렸다. 1200여 명의 전문 해커 중 상당수가 제3국에 거점을 구축해 사이버전을 수행 중이다. 국내 요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느라 한눈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군은 최근 전방부대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작전 실패와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는 군이 도무지 미덥지 않다. 군은 이제라도 정치 글 게재에 대한 진상과 책임 소재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군은 지금 신뢰 위기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