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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진영]언론의 오보 여부를 국회가 따질 일인가

입력 | 2014-07-08 03:00:00

세월호 국조특위 KBS-방통위 불러… ‘전원구조’ 오보 경위 추궁하며
간부들 법인카드 명세까지 요구… “변형된 방송사 길들이기” 지적




이진영·문화부

“다른 방송사는 정정보도를 했는데, KBS는 11시 26분경 전원 구조(됐다고) 방송을 했다.”

“(MBC는) 전원 구조 보도를 시정했다는 11시 23분 이후에도 전원 구조 발언을 했다.”

언론의 오보 실태를 조명하는 세미나에서 오고 갈 법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7일 KBS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방송사의 세월호 오보 경위를 추궁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왜 오보를 냈느냐”는 의원들의 질타와 관계자의 사과가 오갔을 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특위는 이날 불참한 MBC 간부들에게 다시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므로 국회가 관계자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 자유 침해”라며 출석 요구를 거부한 MBC에 대해 “오만하고 초법적이고 무책임한 국정조사 거부 행태”라고 의원들이 비난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MBC의 대응을 비판하기 전에 국회가 출석을 요구할 만한 사안이었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이날 의원들은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아무리 공영방송사지만 경영상의 문제나 불공정 방송이 아닌 오보를 이유로 국회가 방송사를 부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보는 직업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국회가 따질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가 나서지 않아도 방송사의 부실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하고, 부실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는 언론중재위원회가 맡는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세월호 보도 경위가 이번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가 언론사를 부른 건 실효도 없을뿐더러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위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이 없는 보도 간부들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까지 요구함으로써 “세월호 보도를 방송사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MBC의 항의에 힘을 실어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기자들은 “내가 보도를 제대로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를 반문하며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언론 관련 단체들은 재난보도 윤리규정을 새롭게 손질하고 있다. 세월호 부실 보도는 “내 탓이오”를 외치는 언론인들의 자성 속에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일이다. 국회가 나설 일이 아니다.

이진영·문화부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