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입맛도 없고 무기력한 여름. 아이스아메리카노 대신 여유로운 차 한 잔은 어떨까. 아름다운 차 박물관에 가면 깊은 맛과 향이 깃든 전 세계 110여 종의 차를 만날 수 있다. 전통 한옥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에서의 차 한 잔이면 몸과 마음 모두 평화로워질 것이다.
“차는 꽃부터 열매, 잎 등의 천연성분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면역증강요법이다. 또한, 몸과 정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나라별 문화의 향기가 묻어 있어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비 오는 날 한적한 인사동 길에서 아름다운 차 박물관을 처음 마주했다. 옛 목조 주택 양식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일까. 이곳이 가진 특유의 차분함은 비가와도 절대 뛰지 않는 옛 선비의 풍모를 떠오르게 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차 박물관의 가장 큰 매력은 차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차종 샘플을 전시한 것은 물론, 차의 유래, 각 나라의 차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운이 좋으면 도자기 작가들의 특별 전시나 뮤지션의 공연까지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전시 중인 ‘10가지 꽃 이야기’는 아름다운 차 박물관에서 단연 돋보이는 공간이다. ‘꽃차, 나에게 말을 걸다’라는 주제의 본 전시는 10종의 꽃과 그에 어울리는 말을 함께 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중 국화는 “온 산 단풍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 밑 노란 국화 가을 빛깔 뽐낸다”는 문장과 함께 진열되었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노랗게 피어난 가을 국화가 그려진다. 또한, 박물관 한쪽을 가득 메운 차들은 아름다운 차 박물관의 브랜드 ‘티스토리’라는 이름 아래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차를 우릴 수 있는 다기 및 찻잔 등도 판매하고 있으니 가히 ‘차 백화점’이라 불릴 만하다.
몸이 좋아하는 차 조선시대 사람들은 차 마시는 행위와 차 달이는 분위기를 좋아했으며, 이를 야외에서 ‘차 풍류’로서 즐겼다고 한다. 이처럼 차는 예로부터 사람들이 모이고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 언제나 함께 해왔다. 교양 있고 세련된 문화만이 다가 아니다.
차는 마시는 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건강에 이롭다. 이에 다산 정약용은 “차 마시는 나라는 흥하고 술 마시는 나라는 망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요즘처럼 입맛이 없어 무기력하고, 유해세균에 노출되기 쉬운 여름에 차를 자주 마시면 각종 면역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름다운 차 박물관은 전시장 외에도 카페를 마련해 다양한 차를 직접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곳의 두꺼운 메뉴 책자는 말차와 서호용정 등을 포함한 녹차류부터 청차류(반발효차류), 홍차류, 허브차 등 100여 가지에 이르는 차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감잎차, 오미자차, 유자차, 박하차 등은 천식 및 기관지, 감기 등의 면역질환과 기력 저하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어 여름, 겨울철 인기 메뉴이다.
이 밖에도 장미와 매화, 도화, 무궁화 등을 우려낸 꽃차는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아름다운 차 박물관 카페의 특별메뉴이다. 전남 순천 지허 스님과 지리산 하동 송주 스님이 직접 만든 수제차 역시 깊은 맛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희귀차이다.
차 한 잔이 주는 치유
‘티 테라피’ 몇 년 사이 ‘힐링’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도시적인 느낌의 커피보다 여유로운 차 한 잔이 주목받고 있다. 커피가 일할 때 능률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차는 쉬고 싶거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때 어울리는 음료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차는 힐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차는 꽃부터 열매, 잎 등의 자연물들을 우려내 천연재료가 가진 효능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스트레스 완화 역시 차가 가진 수많은 효능 중 하나이다.
특히 마테차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동시에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음료로도 손꼽히고 있다. 인체의 면역력 또한 강화시켜 물 대신 꾸준히 마실 경우 각종 질병 예방은 물론 슬
림한 몸매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시원한 박하향이 특징인 페퍼민트차 역시 정신적인 피로와 우울증, 신경성 발작 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울 때는 차갑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주는 성분이 점액의 유출을 막아주어 해열과 방한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박하향의 풍미를 좋아하는 이라면, 따뜻하게 먹기보다는 시원하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향긋한 라벤더차도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탁월하다. 라벤더차는 80℃ 물에 3~5분 정도 우리고, 취향에 따라 꿀이나 레몬 등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이 밖에도 국화차와 솔잎차, 오미자차, 대추차 등이 피로 회복 및 머리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데 좋다. 특히 대추차는 신경 안정 효과가 뛰어나 꾸준히 마시면 불면증과 히스테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껍질은 신맛, 과육은 단맛, 씨는 맵고 쓰며, 전체적으로 짠맛의 총 다섯 가지 맛을 낸다고 하여 명명된 오미자는 그만큼 뛰어난 효과를 자랑해 예로부터 한약재로 널리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에도 오미자는 허한 기운을 보충하고 눈을 밝게 하며 신장을 덥혀 양기를 돋워 준다고 기록되어있다.
오미자에 들어있는 영양 성분만 해도 단백질과 칼슘, 인, 철, 비타민B1 등으로 다양하다. 이는 심폐 기능을 강화시켜 비염, 천식, 만성 기관지 확장증 환자의 기침, 가래 증상에 효과적이다. 이 밖에도 뛰어난 피로회복 효과를 자랑하는데, 오미자를 먹은 후 3~4시간 동안은 육체·정신적 활동성이 높아져 피로감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생강과 유자는 감기나 기침 등을 멎게 하는 데 탁월한 대표적 음식이다. 이 두 가지를 합친 생강유자차는 효능도 두 배가 된다. 유자에는 레몬의 3배나 되는 비타민C가 들어있어 피부를 희고 탄력 있게 가꿔줄 뿐만 아니라, 뜨거운 물에 타 마실 경우 감기와 신경통에 효과적이다.
또한, 생강의 맵싸한 성분은 살균력을 나타내며 소화를 돕고 감기와 기침을 멎게 한다. 더불어 혈액 순환을 돕고 체온을 증가시켜 따뜻한 체내 온도를 유지시켜준다. 생강은 암 예방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는데,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럿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생강 속 쇼골 성분이 대장암과 폐암세포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기사제공 : M미디어 라메드, 간예슬 기자 (kss@egihu.com), 권오경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