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4구 전세시장 가보니
삼익그린1차 아파트에 이어 재건축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 삼익그린1차의 재건축 이주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2차 아파트에 집을 얻으려는 세입자 때문에 이 아파트의 전세금은 연초보다 1000만∼2000만 원 올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장마와 여름휴가가 겹친 7월 비수기에 전세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된 전세난에 따른 ‘학습 효과’로 전세 만기가 곧 돌아올 수요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말에는 강남 일대 대규모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화될 예정이라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강남 일대 전세금 꿈틀
상일동 고덕주공2단지 거주자들이 이주지로 선호하는 강일리버파크, 고덕리엔파크 등 인근 아파트 전세금은 이미 연초보다 1000만∼2000만 원 오른 상태다. 이주가 본격화되는 내년 초에는 1000만∼2000만 원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일리버파크 전세금은 전용 84m² 기준 현재 3억2000만 원 수준이고 고덕리엔파크는 3억9000만∼4억 원 선이다. 모두 연초보다 6% 정도 올랐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주에 나서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5차 인근 ‘반포 자이’ 전세금은 84m²가 9억∼10억 원 선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계약할 때보다 5000만 원 오른 전셋집도 있다. 이 지역은 잠원동 한신1차, 서초동 삼호1차가 재건축에 들어간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금이 급등한 전례도 있다.
가든부동산 박국현 대표는 “이주가 시작되는 아파트 거주자들은 자녀들이 전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단지를 선호해 인근 단지의 전세금이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건축단지 인근 다가구주택도 대기 물량이 쌓였다. 치솟은 전세금으로 인근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차선책으로 아파트보다 싼 다가구주택을 찾는 이들이 최근 많아졌다. 고덕주공2단지 인근의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방 세 칸짜리 다가구주택을 찾는 사람이 최근에 많이 늘어 하루 한두 가족이 연락처를 남겨놓고 간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수도권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재건축 수요자가 몰리더라도 전세 물량이 그리 많이 달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일부 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가 늦춰지면 얼어붙은 부동산 매매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전세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는 예년보다 전세 수요가 일찍 몰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 예년보다 더 일찍 시장 동향을 살피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을 살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추석 이전에라도 부동산 규제 완화의 가시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천호성 인턴기자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