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단순했다. 목이 마른데 마시고 싶은 음료가 없었다. 과일 음료라면서 진짜 과일 함유량은 0.00002%에 불과하다거나 건강 음료라면서 설탕을 열두 스푼쯤 담고 있는 음료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재직 중인 교수와 그의 제자는 음료를 직접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다.
쉬울 리가 없다. 음료의 ‘ㅇ’도 모르던 두 사람은 일단 음료를 만들어내는 일에서부터 쩔쩔 맨다. 맛이 좋으면서 몸에도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목적만 있을 뿐, 좋은 찻잎을 어디서 얼마나 조달해야 하며 유기농 설탕과 꿀을 첨가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을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일반 대중이 달지는 않지만 맛있다고 느낄 만한 당도는 어느 정도일지 A부터 Z까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가까스로 음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얼싸안고 기뻐한 것도 잠시, 크고 작은 과제들이 두 사람을 기다린다. 기존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판매망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용기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음료를 담고 운반할 때 효율적인가. 유리병이 좋을까, 페트병이 좋을까. 병에 붙일 라벨은 무슨 모양으로 만들어 어떤 문구를 담을 것인가 등등 하고 또 해도 해야 할 일은 끝이 없다. 결정과 선택의 순간들이 매일 매시간 순서 없이 들이닥친다.
우리나라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아 다소 낯선 브랜드지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건강 음료로 유명하다. 2008년에는 코카콜라에 인수되며 화제를 낳았다. 창업자 세스 골드먼과 배리 네일버프가 함께 쓴 ‘코카콜라가 감동한 어니스트 티의 기적’에는 많은 좌절과 극복의 순간들이 담겼다. 창업을 고려하거나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앞둔 기업에서 참고사례로 삼을 만하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