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장진우 골목’ 명암
4일 저녁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일명 ‘장진우 골목’)을 찾은 젊은이들이 골목을 걸어가고 있다. 골목엔 200여 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50년 역사의 유치원이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원래 골목은 빈 가게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한적한 주택가였다. 대부분이 세입자로 주민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장진우 골목’이 형성된 뒤 세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은 ‘월세 폭탄’을 맞게 됐다. 골목길에 자리한 한 가게 주인은 보증금 1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월세를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올려 달라는 집주인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자녀와 함께 전세금 8000만 원짜리 집에 살던 김모 할머니(84)는 집주인이 월세 150만 원을 요구하자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다. 김 할머니는 “이사 갈 집이 예전보다 고지대인데도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라 전세로 치면 1억 원이 넘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용원 쌀집 세탁소 안경원 등 주민들이 애용하던 가게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10년째 이 골목에서 살고 있는 A 씨(55·여)는 “식당이 들어선 뒤 밤마다 시끄러워 잠도 자기 어렵고 단골 가게도 문을 닫아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장진우 골목’은 바람직한 도시 개발과 주민의 ‘공존’이란 화두를 던진다. 장 씨는 “건물주는 건물 가격이 몇 배 올라 좋지만 건물주보다 더 많은 주민들은 우리가 싫고 미울 것이다”라며 “이 골목은 대기업 자본이 아닌 가난한 예술가가 자기 능력을 발휘해 만든 공간이고 나 또한 월세를 내고 살아가는 주민이기 때문에 항상 공존을 고민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골목과 이질적인 소비문화는 새로운 갈등도 낳았다. 지역 주민 정모 씨(38·여)는 “불법주차와 소음으로 민원을 넣으면 마치 ‘문화’를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해 불쾌했다. 겉으로는 문화를 만든다고 하면서 골목 주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와 공연을 해도 그들(민원 넣는 주민)에게는 소음이다”는 글을 올려 반감을 더 키웠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