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K리그는 출범 30년을 넘어서면서 양적으로는 크게 팽창했지만, 질적 측면에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 기간 중인 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인천-상주전에서도 텅 빈 관중석을 통해 K리그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인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대표팀·K리그 상생을 위한 제언
K리그 양적 팽창에 비해 경기 질적 수준 제자리 걸음
떠나는 팬들…지방 팀은 5000명 관중 동원도 힘들어
K리그는 대표팀 근간…해외파 위주 체제 악순환 불러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돌본다는 뜻이죠. 그런 다음에야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대표팀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리그의 수준입니다. K리그가 출범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수준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클럽들의 꾸준한 경기력은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 무대를 통해 입증됐지만, 팬들의 열정은 오히려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수도권의 일부 클럽들을 제외하면 지방 팀들은 경기당 관중 5000명을 동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좋은 선수들은 해외리그에 진출하고, 팬들은 TV로 그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 선수들은 또 큰 대회가 열리면 자연스럽게 대표팀의 주축 선수가 됩니다.
‘이제 월드컵이 끝났으니 K리그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에서 만납시다’라는 식상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로서도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축구가 비인기종목이라는 사실을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실은 그게 바로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좋아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혼자서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랄까요. 재미있는 책을 오래 읽고 싶어서 일부러 천천히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옆길로 새버린 이야기를 바로잡자면, 어쨌든 축구 경기는 여러분 주변에서 항상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썰렁한 축구장에서 리그 경기가 열리는 나라의 대표팀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브라질대회에 참가한 32개국 중에서 자국 프로리그가 출범하기도 전에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던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유일할 겁니다. 1954년 스위스대회 이후 6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클럽보다는 대표팀이 먼저입니다.
그게 반드시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잉글랜드는 100년이 넘는 전통의 클럽들과 대표팀을 자랑하는 ‘축구종가’입니다. 하지만, 열혈 에버턴 서포터 가문 출신인 제 동료 한 명은 원수지간인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대표팀에서도 완장을 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잉글랜드가 탈락하길 바란다고 하네요. 결국 이번 월드컵은 그의 바람대로 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클럽이 대표팀보다 우선시되는 극단적인 경우이긴 한데, 저도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우리 대표팀은 6개월 후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합니다. 명실상부하게 대륙의 맹주로 인정받은 다음에 당당히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길 바랍니다.
● 정훈채는?
FIFA.COM 에디터. 2002한일월드컵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안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UEFA.COM 에디터를 거치며 축구를 종교처럼 생각하고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는 월드컵 주관방송사인 HBS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국제축구의 핵심조직 에디터로 활동하며 세계축구의 흐름을 꿰고 있다.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