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다음 달 철거를 앞둔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동아일보DB
손기상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혹시 있을지 모를 대형 참사를 막으려면 지방자치단체별로 이 신도시들의 아파트단지 점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조물이 변경됐는지 점검하고, 불법 변경이 드러나면 시정해야 한다. 새로 들어선 건물이나 녹지가 화재 진압 때 장애요소가 되는지 확인하고, 만약 그렇다면 즉각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또한 단지별로 재난대피소와 매뉴얼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파트 내진설계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국내 건축물은 1988년부터 내진설계가 적용되었으나 1989년부터 지어진 1기 신도시는 그러지 않았거나, 설령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하더라도 현재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했다. 지진에 대한 잠재적 위험요소를 없애려면 리모델링을 통해 내진 보강 작업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아파트 2채를 구매해 기둥, 보, 전단부, 코어 등 주요 구조부를 허물고 복층식 1채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의로 설계를 변경했다면 그 집이 속해 있는 아파트 동은 지진에 아주 취약하다. 이런 사례가 있는지, 설계 도면대로 구조물이 유지되고 있는지 전수 조사를 벌여 사례가 있다면 해당 동에 대한 점검을 반드시 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 외에 거주이용 측면에서 볼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안전 규정을 살펴보자.
어느 한 가구의 실수로 발생한 화재로 불길이 다른 가정의 아파트로 번져 주변 아파트 주민의 재산과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연결되기도 한다. 따라서 나중에 남의 탓이라며 추궁하기보다는 지금 점검을 하는 게 현명하다.
정부는 아파트 매매 또는 전세 표준계약서에 이런 대피공간 확보 여부를 확인하는 항목을 마련해야 한다. 집주인에게 최소 1m² 이상의 방화구획 공간을 거실 또는 큰방 구석에 설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아파트 내에 비치하는 소화기는 소방규정과 관계없이 현관 1개, 거실 동선에 1개, 주방에 1개 등 최소 가구당 3개 이상 비치해야 한다. 소화기 안전핀을 빼놓고 호스가 펴진 상태로 놓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비상 상황에서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지금 내 아파트에는 어디에 소화기가 배치돼 있는지, 수량은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
도시가스 폭발 또한 아파트 단지 내의 잠재 위험으로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아파트 가구에 가스관이 인입되어 있고, 난방이나 취사용으로 이용하고 있어 일부 폭발 시 연쇄폭발 우려가 있다.
대피 요령도 숙지해야 한다. 단지 또는 단지 안의 동별로 지상의 1층 바닥까지 신속히 내려오는 연습을 최소 분기마다 1회 이상 한다. 계단에 연기가 가득할 경우(유독가스를 5분 이상 마실 경우 위험) 약간 엎드린 자세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내려오고, 같은 동일지라도 상층부는 옥상으로 대피하여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각 층 복도에 있는 자전거 같은 개인 소유물은 비상 대피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에 완전히 치운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대부분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에 있어 비상 시 대피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옥외 계단을 1곳 이상 설치한다’는 규정에 따라 고층임에도 1곳만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옥외 계단을 주상복합 아파트 외부 벽면마다 설치하는 등 실질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손기상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