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20회 맞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대사건
성난 브라질 군중 곳곳 폭동…나라 전체가 패닉
네이마르와 실바 결장하자 대표팀 허수아비로 전락
전반11분 뮐러 선제골 시작으로 7골 허용 풍비박산
스콜라리 감독 “내 인생 최악…국민들 용서해 주길”
도심 폭동·상점 약탈…현대통령 재선에 파장 미칠듯
1930년 우루과이에서 탄생해 2014년 브라질대회로 20회를 맞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과다. 세계축구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이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2014년 6월 9일(한국시간)은 ‘브라질 축구역사의 최대 오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치욕의 참패를 당한 브라질은 온통 ‘패닉’ 상태에 빠졌고,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선 성난 군중에 의해 버스가 불에 타는 등 ‘무정부상태’의 대혼란이 발생했다.
9일 오전 5시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벌어진 브라질-독일의 2014브라질월드컵 준결승전. 개최국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월드컵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고 다짐했던 ‘삼바군단’ 브라질은 ‘전차군단’ 독일에게 1-7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패이자, 완패를 당하며 굴욕을 맛보고 말았다.
● 적장도 위로한 ‘미네이랑의 참사’
브라질은 1950년 자국에서 열린 제4회 월드컵 결선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우승에 실패하자 한동안 나라 전체가 큰 혼돈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경기 장소였던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경기장의 이름을 따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기억되는 아픔이다. 이번에는 충격이 더 심해 ‘미네이랑의 참사’로 불린다. 브라질대표팀 사령탑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 감독은 경기 후 “내 축구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 모든 잘못은 내게 있다”며 머리를 숙인 뒤 “브라질 국민들이 제발 이번 결과를 용서해주셨으면 좋겠다. 결승에 가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완승을 거둔 적장 요아힘 뢰브(54) 독일대표팀 감독마저도 “스콜라리 감독을 비롯한 브라질 선수단과 팬들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말로 위로의 뜻을 전했다.
● 극도의 혼돈에 빠져든 브라질
독일전 참패 직후 상파울루 지역에선 성난 군중이 버스를 전복시키고, 대형유통매장을 상대로 약탈극을 벌이기도 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선 수천 명의 팬들이 상점을 점거했고,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 브라질 정부가 경찰력을 추가 배치했다. 몇몇 지역에선 폭동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이번 참패는 장기적으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가뜩이나 치안이 불안한 데다, 독일전 대패의 여파로 혼돈이 가중되고 있는 브라질 현지 상황과 관련해 우리 외교부는 9일 오전 재외국민보호과 명의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브라질 각지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가급적 바깥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